새벽 2시 6분, 뉴욕 지하철
그가 당신을 지목했다
사진작가 레온(브래들리 쿠퍼)은 친구의 소개로 유명 큐레이터인 수잔(브룩 쉴즈)을 만나 자신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잔은 숨겨진 진짜 도시의 모습을 찍어오라며 퇴짜를 놓는다. 한밤의 지하철 역에서, 불량배들이 한 여인을 괴롭히는 장면을 사진에 담은 레온은, 이튿날 그 여인이 지하철에 탔다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읽는다. 사진 속의 단서를 추적하던 그는 존 갈리아노의 회색 정장과 알렉산더 매퀸의 가방을 든 무표정한 사내 마호가니(비니 존스)와 맞닥뜨리고, 그가 살인자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 남자의 숨겨진 실체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 리온은 그를 추적하고, 그가 매일 새벽 2시 6분, 같은 지하철을 타고 시체를 어디론가 배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공포 영화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영화화
1984년 단편소설로 출간돼 수많은 독자를 흥분시킨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이 호러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으로 재탄생했다. 원작 소설이 독자의 원초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탁월했다면, 영화는 피의 살육제를 눈앞에서 벌여 즉각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한 프로듀서 톰 로젠버그는 “극장 좌석을 관객들의 땀으로 적시겠다”고 장담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이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끔찍한 살인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에서 미스터리 공포의 대가로 불리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살인자가 쓰는 무기는 쇠망치다. 소 도살장에서 일하는 그는 전문가의 솜씨로 사람의 주검을 해체해서 어딘가로 배달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색깔은 은빛이고, 소리는 금속성이다. 이는 지하철의 이미지인 동시에 비정한 밤의 도시를 상징한다. 살인에 대한 묘사는 각오하고 봐야 할 만큼 잔인하다.
'스내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베럴즈'의 조연으로 출연했던 비니 존스가 연쇄살인마 역을 맡았고, <웨딩 크래셔>의 브래들리 쿠퍼가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사진 작가로 출연한다. <아이언맨>의 레슬리 빕이 레온의 애인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UFC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퀸튼 잭슨이 지하철 승객으로 등장해 연쇄 살인마와 피 튀기는 격투를 벌이며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1984년 공포단편집 <피의 책>이 출간됐을 때 공포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은 “그의 책으로 인해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잠에서 깨어났다. 클라이브 바커, 그는 호러의 미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젊은 무명작가는 그해 영국 판타지 문학상과 세계판타지 문학상을 석권, 공포소설의 신기원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 공포문학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적 신화의 창조자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연극 연출가이자 화가이기도 한 클라이브 바커. 그가 내놓는 작품마다 인간 내면과 본능을 들춰내는 암흑의 세계를 창조해내 전 세계 공포팬들의 숭배를 받아왔다. <피의 책>에 수록된 작품 속에서도 팬들이 영화화되기를 열망했던 단편이자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다.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을 과감히 버리면서도 정통호러로서의 걸작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을 두루 지녔다.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금속성 이미지가 느껴지는 지하철, 공포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스릴감과 스피드 넘치는 액션, 기발한 CG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형 공포를 제공한다. 도시 아래로 펼쳐지는 암흑세계는 익숙한 공간이기에 더욱 두려운 공포, 관객들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영화의 주된 공간인 뉴욕의 지하철. 대부분의 촬영은 LA의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가장 기본이 된 세트장은 LA 지하철역의 실제 열차와 버뱅크 근처의 선 밸리에 세트 열차를 제작, 이용했다. 열차의 리얼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팀은 실제와 똑같은 두 개의 열차 세트를 흔들리는 짐벌(진동을 주는 장치) 위에 배치, 촬영했다. 물론 영화 속 실제 열차 시퀀스를 위해 두 개의 실제 지하철역이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극 중에서 수잔이 운영하는 화랑의 그림들은 원작자이자 화가이기도 한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 제작자의 권유에 따라 그는 자신의 그림 7백여 개 중 영화와 맞는 그림들을 선택, 직접 화랑에 디스플레이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원작소설의 영화화에 앞서 자신의 작품을 영감으로 한 ‘컨셉 아트’를 직접 그려 제작진에 전달, 스탭들의 찬사를 얻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원작자의 유명한 그림 작품을 보는 기회 역시 놓치지 말 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