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동양 파워 - 중국 여류지휘자 장지에민, 한국 테너 박성규
나폴리 인근의 바이아는 베수비오 화산의 영향으로 온천이 발달하여 로마의 황제들이 휴양지로 찾았던 유서 깊은 곳이다. 2007년 여름, 그 고대 욕탕 유적지에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공연되었다. 한국 테너 박성규가 주인공인 투리두를 노래하고, 중국의 젊은 여류 지휘자 장지에민이 지휘를 맡아 오페라 본고장에서의 동양인 파워를 실감케 한다. 여기에 현역 최고의 메조소프라노의 한사람인 헝가리의 일디코 콤로시(산투차 역)가 가세했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나폴리가 자랑하는 산 카를로 가극장이 맡았다. 장지에민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여성지휘자다. 상하이 음악원 졸업 후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1998년 주빈 메타의 조수로 피렌체 가극장에 합류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성규는 2005년 레오 누치와 공연한 <리골레토> 이후 오페라 본고장에서 주역 테너로 활동 중인 뛰어난 스핀토 테너다. 야외무대를 오밀조밀하게 살린 조반니 라우로의 연출, 장지에민의 열정적인 지휘, 박성규의 시원한 열창이 삼박자를 이루어 베리즈모 오페라의 용솟음치는 흥분감을 잘 살렸고, 바이아의 모든 것과 공연 뒷모습을 담은 3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보너스로 제공된다.

 

○ 테너 박성규 : 대전 출생, 삼육대 음악과 졸업 후 도이(渡伊) 하여 2003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2001년 루제로 레온카발로 국제 콩쿨 1위, 토리노 비옷티 국제 콩쿨 3위 입상을 시작으로 2004년 라보 국제 콩쿨 1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쿨 1위, 2005년 마르세유 오페라 국제 콩쿨 1위와 관객상을 수상하였다. 2008년 이태리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의 오페라 <투란도트>, 스페인 빌바오 극장의 <이리스>, 이태리 노우보 죠반니 극장의 <일 타볼로>, 리미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 2007년 이태리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무대에 올려진 푸치니 탄생 15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2005년에는 오페라 <리골렛토>에서 세계적인 바리톤 레오누치와 협연 (Superga Nchelino극장) 하여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가을 내한하여 <토스카>의 주역 카바라도시를 부른다.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서 베리즈모 오페라, 즉 중하류층의 애욕을 리얼하게 그려낸 사실주의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 대표작으로 불린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치정관계에 얽힌 살인극으로 막을 내린다. 이런 류의 오페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처절한 표현력이 요구된다. 박성규는 그런 특징에 접근한 테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