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3월은 한국 민주운동사(韓國民主運動史)의 장(章)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 평등, 평화, 지향(指向)의 날이었으며, 민주(民主)와 통일(統一)을 향해 힘찬 걸음을 재촉한 진군(進軍)의 밤이었습니다.
민주정부의 수립과, 새로운 민족사의 창조에 우리 모두가 동참(同參)할 것을 호소하는 김대중 선생의 절규의 마디마디마다, 우뢰와 같이 퍼져 나온 박수와 함성과 만세 소리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이었습니까?
이는 지금까지 암울했던 억눌림의 시대를 청산하고, 국민의 주인이 되는 밝고 힘찬 민주시대를 열자는 국민적 열망의 표현이었습니다.
또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보겠다는 바보스런 시도(試圖)에 내려지는 민중의 철퇴였으며, 그러한 우행(遇行)은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하나의 경고였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김대중 선생은 지난 7년 동안 독재(獨裁)를 거부하고, 이 땅의 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적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는 오직 죄 아닌 죄 하나로, 망명(亡命)과 납치(拉致)와 투옥(投獄)과 연금(軟禁)의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오래도록 국민들과 격리되어 왔고, 특히 젊은이들과는 가슴과 가슴을 맞대는 대화(對話)의 기회를 박탈당해 왔습니다.
따라서 젊은 지성(知性)들, 그리고 국민들과 더불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한 26일 밤이 김대중 선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서울의 한복판에 울려 퍼진 우리의 민주합창(民主合唱)은 전국방방곡곡으로 민주회복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스며들 것이며, 다시 <승리의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강연장(講演場)과 강당 그리고 운동장을 온통 메우고도 모자라서 거리 일대를 수많은 인파(人波)로 넘쳐흐르게 한 국민들의 그 열기(熱氣)와 성원(聲援)에 감사드리며, 한편 입장(入場)을 못하신 여러분들에게 사과(謝過)를 드립니다.
이른 봄의 차가운 밤공기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선생의 연설이 계속된 1시간 40분 동안 운동장에서 귀를 기울여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특히 강연이 끝나고도 1시간 이상이나 선생님을 뵙기 위해 흩어지지 않았던 남녀 대학생 여러분께서, 질서정연한 가운데 귀가(歸家)해 주신 점을 특별히 감사 합니다.
김대중 선생의 체온을 접해보고자 내미는 젊은이들의 손길을 일일이 다 잡아주시지 못하고 사인(Sign) 요청에도 모두 응해 드릴 수 없었던 점을 송구 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김대중 선생께서는 그날 여러분이 엄숙하게 합창해주신 <애국가>와 <통일의 노래> 등에 옷깃을 여미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민주필승(民主必勝)을 기약하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하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투쟁대열에서 항상 고락(苦樂)을 함께 할 것을 다짐하면서, 여기에 김대중 선생의 강연 전문을 펴내는 바입니다.
- 1980년 4월 金大中先生 秘書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