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는 '수영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수영장 설치 전문가를 등장시키고 일상의 소리 외에는 대사조차 없는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수족관에서 스스로가 헤엄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투발루>는 신선하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의 매력이 단조로운 흑백 톤의 화면, 절제된 언어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오래 전 역사 속에 묻혀진 무성영화의 특징을 꺼내 먼지를 툭툭 털어 2000년 영화에 접목시켰더니 '신선하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투발루]에서 만날 수 있는 놀라움은 이 영화의 언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들려지는 것은 음악과 웃음소리, 그리고 리드미컬한 증기기관의 박동소리 뿐. 그러나 그처럼 조용하기에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고 그들의 해프닝은 더욱 유쾌하다. 보통의 영화들에서 간과되는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6편의 단편영화로 100여개 국제영화제서 수상한 신예, 바이트 헬머 감독의 [투발루]는 그의 첫 번째 장편.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신인감독의 데뷔작이 아니다. 바이트 헬머는 14세 때 첫 영화를 발표한 영화신동이며 장학생으로 유럽 유수의 예술학교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그리고 그는 첫 단편영화로 50개의 상을 싹쓸이했고 그 이후 발표한 단편들로 50개의 상을 석권, 전세계 130개 영화제에 초청되어 100여개의 상을 가져간 놀라운 단편영화의 귀재였다. 96년 빔 벤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제작, 공동 시나리오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고 에밀 쿠스트리차의 각본을 담당한 고르단 미믹이 그의 두 번째 영화각색을 진행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