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까지 전해오던 오스트리아 어느 가문의 흡혈귀 전설을 소재로 하여 로마 외곽의 거대한 성같은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정통 공포영화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호러영화라기 보다는 애절한 삼각관계 로맨스 영화지요. 로제 바딤 감독이란 걸 감안하면 공포영화에 대한 연연보다는 묘한 에로티시즘을 묘사하는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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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탑승한 의사가 과거 자신이 목격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귀족가문 카른슈타인가의 백작 레오폴도(멜 파라)는 이탈리아 법관의 딸 조지아(엘사 마르티넬리)와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 결혼식은 로마 외곽에 있는 자기 소유의 성에서 할 예정으로 결혼식 2주전 대대적인 파티를 준비합니다. 레오폴도의 친척인 카밀라(아네트 스트로이베르그)는 어릴때부터 레오폴도와 함께 지냈는데 그녀는 레오폴도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조지아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마음아파합니다.  사람들은 카밀라가 들려주는 과거 흡혈귀의 전설을 듣게 됩니다.

"옛부터 카른슈타인가의 가문은 흡혈귀였고, 그로 인하여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참다 못한 농민들은 무리를 지어 카른슈타인가의 무덤을 찾아가 흡혈귀들의 가슴에 말뚝을 박고 다 불태워 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카른슈타인가의 흡혈귀들은 다 멸종했는데 단 한명, 밀라카 라는 여자의 시체만 제거하지 못합니다.  밀라카는 사촌인 루드비히를 사랑했지만 결혼식 전에 죽게 되었고, 루드비히가 미리 밀라카의 시신을 빼돌려 비밀 묘지에 감추었고, 밀라카는 여전히 시신의 모습을 유지한 채 200여년을 묻혀 있습니다. 루드비히는 이후 세 번 약혼했지만 약혼녀가 모두 죽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걸 밀라카의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거 진실여부가 불분명한 카른슈타인 가문의 흡혈귀의 전설, 마치 카밀라는 자신이 밀라카 라도 된 듯 파티에서 밀라카의 초상화와 똑같은 복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후 밀라카처럼 친척인 레오폴도를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 상황이 된 카밀라는 자신과 밀라카를 동일시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성안에는 뭔가 차가운 기운이 감돌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하인인 쥬세페가 흰 유령을 봤다고 주장하고 이후 하녀가 죽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멜 파라, 엘사 마르티넬리, 아네트 스트로이베르그 3명이 공동 주연이고 출연 비중도 비슷하지만 전적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아네트 스트로이베르그 입니다.  오프팅 타이틀 화면부터 고혹적이고 신비스런 그녀의 모습을 타이틀 자막 뒤로 담아내고 있고, 밀라카의 혼이 씌워진 듯한 분위기의 카밀라의 모습이 영화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성처럼 거대하고 고풍스런 저택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서 고딕 호러다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감독은 굳이 이 영화를 공포스럽게 다루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호러영화에서 상습적으로 등장하는 깜짝쇼 같은 것도 없고, 오히려 영화가 굉장히 무드있게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