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누군가 있다.... 죽음을 보는 눈

“이 사진 속의 여자는 누구죠?” “…… 너잖아”

적출 [각막을 끄집어내는 일]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은 바이올리니스트 시드니 웰스(제시카 알바)는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힘겨운 적응 기간을 이겨내며 서서히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온다.

이식 [각막이 혼탁되어 있을 때 다른 신선한 각막을 이식하는 일]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시력을 점차 회복해 가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기이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악몽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봉합 [수술한 자리나 외상으로 갈라진 자리를 꿰매어 붙임]
시드니는 이식수술 후 기증자의 성격과 습성까지 전이되는 ‘셀룰러 메모리’라는 이상반응 현상을 의심하고 기증자를 찾아 나서는데….

5살에 폭죽 사고로 시력을 잃은 바이올리니스트 시드니(제시카 알바)는 드디어 각막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하지만 수술 후 시드니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시력을 회복해가면서 실존하는 것이 아닌 ‘죽음의 그림자’도 같이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늘 같은 시간에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자신의 눈이 죽은 사람들을 데려가는 사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드니는 폴 박사(알렉산드로 니볼라)의 도움으로 안구 기증자 안나(페르난도 로메로)의 엄마를 만나 안나가 전하려던 메시지도 알게 된다.


■ Production Note
실제 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영화는 소재 자체가 충분히 섬뜩하다
<디아이>는 2002년에 개봉했던 태국과 홍콩 합작영화 <디아이>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공포영화 <뎀>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데이빗 모로와 자비에 팔뤼는 할리우드산 <디아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라는 주제를 충실히 따라가며 원작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 특히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은 같은 앵글과 비슷한 컷의 연결로 재현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리가 들린 채로 공중에 둥실 떠서 다가오는 시체나 방 내부가 과거 시점으로 바뀌는 그래픽, 사진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는 장면 등의 인상적인 시퀀스를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왔다. 과도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제해 원작의 오싹함을 고스란히 살린 것도 장점이다. 업그레이드된 아이디어 없이 원작을 고스란히 답습했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실제 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영화는 소재 자체가 충분히 섬뜩하다.

영화의 소재인 ‘셀룰러 메모리’는 다양한 실례를 갖고 있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살인을 당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다가 기증자의 살해범을 잡았다거나 자살한 사람의 심장을 이식한 사람이 나중에 같은 방법으로 자살했다는 기록도 있다. 여기에 프레임으로 시각을 제한하는 공포영화의 기본 앵글에 시력이 좋지 않다는 아이디어로 포커스마저 흐리게 만든 화면은 시각 정보를 최소화해 불안을 극대화한다. 흐릿한 주인공의 시점을 같이 경험하는 탓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공포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원작보다 세련되게 작업된 사운드는 꽤 파괴적이다.

제시카 알바의 연기도 인상 깊다. 미국에서의 인기와 달리 최근작인 <어웨이크>까지 연기 면에서 특별히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알바는 <디아이>에서는 오랜만에 스타성 있는 엔터테이너, 셀러브리티의 이미지를 탈피한다. 눈을 뒤집고, 비명을 지르고,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는 등 미국판 <링>의 나오미 왓츠에 이어 확실한 공포영화의 히로인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