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계모 슬하에서 온갖 궂은일을 맡아하느라 재투성이로 지내던 처녀가 왕자비로 변신한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유럽 일대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민화로 전승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신데렐라를 역시 재투성이 아가씨란 뜻의 ‘체네렌톨라’라 부르는데, 로시니에 의해 희극 오페라로 작곡되어 요즘엔 <세비야의 이발사>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계모 대신 계부가 등장하고, 신데렐라를 사랑하는 왕자는 시종으로, 시종은 왕자로 변장하는 등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아름다운 무대로 정평 있는 연출가 폴 커란은 2004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한 <라 체네렌톨라>에서 그 배경을 1912년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부자와 빈자의 간극이 가장 벌어졌던 시기이며 아르누보의 멋진 양식을 무대미술에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 프로덕션은 2006년 5월에 제노아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재연되었는데 본 DVD는 그 실황을 담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로시니 메조소프라노인 소냐 가나시가 타이틀롤을 부르고 주목해야 할 레제로 테너 안토니오 시라구사가 라미로 왕자를 열창한다.

○ <라 체네렌톨라>는 <세비야의 이발사>보다 불과 11개월 늦은 1817년 1월에 초연되었다. 따라서 <세비야의 이발사>의 부파적 재미는 물론 신데렐라 이야기가 갖고 있는 동화적 환상성과 애잔함까지도 겸한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주인공의 피날레 아리아 ‘슬픔과 눈물 속에서 자라나’는 엄청난 인기를 모아서 젊은 시절의 쇼팽이 이 선율을 이용해서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으로 작곡하기도 했다.

○ 제목과 인명에 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리를 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나 이 오페라의 제목으로 쓰인 체네렌톨라는 ‘재투성이 아가씨’란 똑같은 뜻이다. 따라서 고유인명은 아니다. 이 오페라에서 재투성이 아가씨의 이름은 천사와 같다는 의미의 안젤리나이다. 참고로 프랑스의 마스네도 신데렐라 스토리를 <샹드리옹>이란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그 주인공의 이름은 뤼세트이다.

○ 이 공연에서 주역을 맡은 소냐 가나시는 1992년 로마에서 <세비야의 이발사>로 데뷔한 이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특히 로시니 오페라에 가장 큰 특기를 지닌 메조소프라노로 군림하고 있다. 상대역인 라미로 왕자 역의 안토니오 시라구사는 가장 전형적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전문 테너이며 현재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칠레 출신의 후앙 디에고 플로레즈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힐 만큼 출중한 레제로의 자질을 과시 중인 시칠리아 출신의 유망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