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풍부한 무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일급 로시니가수들의 명인기

<알제리의 이탈리아여인>(L'italiana in Algeri)은 로시니가 21살 때 작곡한 2막 코믹 오페라로 작곡가 특유의 유쾌한 선율과 화려한 성악기교로 충만한 작품이다. 본 영상물은 1998년 4월 파리 국립오페라(Palais Garnier) 실황을 담은 것으로 이 시대 최고의 로시니 가수들이 뛰어난 명인기의 한마당을 펼쳐나간다. 홍혜경과의 듀엣 앨범으로 우리 음악팬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인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화려하고도 안정된 성악기교로 로시니가 만들어놓은 흥겨운 음악과 해학을 한층 더 빛나게 하며, 이 시대 최고의 바소 부파로 각광받고 있는 시모네 알라이모와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급성장한 미국 테너 브루스 포드가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음악적인 장점 만큼이나 무대연출과 미술 역시 탁월하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세르반과 무대와 의상 다자인을 맡은 마리나 드라기치는 만화적인 느낌이 절로 나는 코믹한 무대 위에서 화려한 원색의 의상, 적절히 활용된 무대소품들, 그리고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동선을 통해 원작의 코믹드라마적인 속성을 눈부시게 재현해내었다.

1986년, 프랑스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에서 세스토 역을 맡아 데뷔한 이래 제니퍼 라모어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더불어서 현존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로서 화려하고 빛나는 예술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화려한 성악기교는 물론이거니와 무대 위에서의 능숙한 연기 덕분에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그가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롯시니·모차르트·벨리니·헨델 등의 오페라에서 고난도의 코로라튜라 기술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94년 리처드 터커 상을 수상했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르면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2002년 홍혜경과 함께 내한공연을 함으로써 한국 애호가들에게 한층 더 친근한 이름이 되었다.

안드레이 세르반은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다. 뮤지컬 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펼치며 브로드웨이에서 주가를 올렸고,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리 국립 오페라를 중심으로 수많은 오페라 작품들을 연출하였는데,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색채의 무대와 과장된 듯한 액팅을 통해 코믹한 내용의 오페라들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 오페라 애호가들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내었던 라모의 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의 영상물(Opus Arte) 역시 그의 연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