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비극만이 진정한 드라마이고 희극은 천박하다는 인식이 없지 않았다. 부유한 시민 계급이 형성된 후에야 희극의 가치가 부각되었다. 당시 희극은 위선적인 귀족 계급을 고발하고 조롱하는 대리만족의 수단이었다. 머리 좋은 사람은 희극을 비극보다 즐긴다는 사고도 형성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귀족이 사회를 주도하는 한 비극우위의 시각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이 문제를 재치있게 다룬 다. 한 졸부의 집에서 비극 오페라가 상연되는데, 음악교사와 작곡가는 연이어 희극도 상연될 것이란 말을 듣고 펄쩍 뛴다. 그러나 희극에 출연할 가수 겸 무용수 체르비네타의 활기차고 밝은 매력에 반해버린다. 드디어 그리스 비극 속의 아리아드네와 바쿠스의 장엄한 만남을 다룬 오페라가 상연되는데, 체르비네타와 네 명의 광대도 이 비극에 참여하여 슬픔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심경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큰 역할을 해내는 내용이다.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피가로의 결혼>으로 격찬을 받은 클라우스 구트가 연출한 2006년 12월 취리히 오페라 실황. 미국의 대형 소프라노 에밀리 매기와 독일 태생의 이탈리아 테너 로베르토 사카가 아르아드네와 바쿠스를 열창한다. 거장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지휘봉을 잡았다.

<보충 자료>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원래 리하르트 바그너의 추종자로서 거대한 스케일의 오페라를 선호했다. 그러다가 천재적인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을 만나 극과 음악이 혼연일체가 된 독특한 오페라들을 발표하게 된다. 이 시기의 걸작이 <엘렉트라>,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 등이다. 특히 <장미의 기사>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모차르트의 빈 고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정서를 담고 있으며 <낙소스...>의 경우 오케스트라도 36명 규모의 소편성이다. 이 오페라는 2007년 가을에야 국내 초연(성남아트센터)되었다.

- 본 영상물은 2006년 12월 취리히 오페라 실황이다. 취리히 오페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가극장 중 하나인데 본 공연의 연출자는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스타로 떠올랐던 클라우스 구트(1964~)다.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연극과 오페라 연출가인 구트는 “사람들이 사는 일상의 생활에도 (낙소스 섬과 같은) 버려진 섬들이 참으로 많구나!”하는 시각으로 이 오페라를 연출했다. 현대적인 무대와 의상을 구비하고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처럼 꾸며낸 것이 이번 연출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