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 애호가라면 나날이 풍성해지는 오페라 DVD 카탈로그를 지켜보며 행복에 겨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것이다. 칼라스와 데발디가 출연한 역사적 공연물은 차치하더라도, 이제 게오르규-알라냐 부부의 영화에 이어 도 하나의 매력적인 최신 `토스카` 영상물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토스카`는 지난 2000년 3월의 라 스칼라 가극장 실황으로, 소니에서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당시 공연은 우선 스칼라의 군주인 무티가 홈그라운드에서 처음 선보이는 `토스카`라고 해서 화재를 모았다. 무티가 스칼라에서 푸치니를 다룬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그 첫 테이프는 1998년의 `마농 레스코`가 끊었고, 이 `토스카`가 두 번째였다. 무티로서는 그만큼 신중을 기했다는 뜻인데, 그는 여기서 뚜렷한 주관과 개성을 드러낸 지휘로 자신만의 `토스카`를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현재 세계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쟁쟁한 주역 가수들의 열연이다. 가장 돋보이는 가수는 타이틀롤을 맡은 아리아 굴레기나. 그녀는 예의 풍부하고 유려한 음성과 우아한 기품과 깊은 고뇌가 배어있는 가창으로 영상물을 선택한 이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상대역인 리치트라도 충실한 가창으로 회답하는데, 다만 그를 따라다니는 `파바로티의 후계라`라는 수식어는 너무 의식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다. 스카리아역에는 유명한 베르디 바리톤인 레오 누치, 과연 관록 넘치는 가창과 연기를 보여준다.

 

끝으로 독특한 무대 디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996/97 시즌 스칼라에서 절찬을 받았던 루카 론코니의 연출을 리메이크한 무대는, 기울어지고 일그러지고 뒤틀려진 디자인으로 각별한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흡사 건축 폐기물 적치장을 방불케 하는 3막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TDK의 영상물답게 화질과 음질은 일급이지만, 공연 관련 부록은 전무하다. - 발췌 : 황장원 / Joy classic (2003/09)

 

○ 작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토스카> 공연 후일담은 국내 방송에 주요 외신으로 보도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01/2002 시즌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갑자기 출연을 포기하는 바람에, 긴급연락을 받고 밀라노에서 런던을 거쳐 뉴욕까지 콩코드로 날아온 이탈리아의 신예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가 의외의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 이날 공연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뚱보가 노래 안부르겠대!"는 제목으로 파바로티를 비난하는가 하면 "파바로티를 잊어라, 여기 뉴 가이(guy)가있다."며 리치트라를 반겼다. 66세의 파바로티에 비해 딱 절반의 나이, 게다가 파바로티가 메트에 데뷔한 1968년 생이라는 사실 또한 퇴장하는 파바로티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이탈리아 테너를 부각시키기에 좋은 재료였을 것이다.

 

○ 그러나 리치트라는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새로운 쓰리 테너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존재였다. 이 영상물은 뉴욕에서 화제를 일으키기 2년 전인 2000년 3월에 라 스칼라에서 공연된 <토스카> 실황이다.

 

○ 토스카 역으로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현역 최고의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불리는 마리아 굴레기나가 출연한다. 그녀는 화제의 뉴욕 공연에서도 리치트라와 함께 토스카를 불렀다. 또한 라 스칼라의 수장이면서도 푸치니 오페라만큼은 리카르도 샤이 등 다른 지휘자에게 양보했던 리카르도 무티가 직접 지휘대에 섰다는 사실도 이 영상물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 루카 론코니의 독특한 연출은 이 공연의 또 다른 매력. 사실성에 기초했으면서도 마치 폭격을 받은 듯 마구 뒤틀린 무대장치는 그릇된 욕망으로 일그러진 현실을 투영한 설득력있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