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100주기를 기념할만한 르네 플레밍의 감동적 열연

2004년 5월 1일은 동유럽을 대표하는 안토닌 드보르작 서거 100주년이 되는 날!
그러기에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풍요로운 음성의 소유자로 꼽히는 르네 플레밍의 <루살카>(2002년 6월 실황)야말로 이를 기념하기에 최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플레밍은 이 타이틀롤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역이라고 당당히 밝혀왔지 않은다?
과연 그라모폰 상을 거머쥔 1998년 음반(DECCA)보다도 더욱 풍부한 감성이 돋보인다. 대표 아리아 ‘달에게 부치는 노래’는 한마디로 경이로우며, 예지바바(마녀) 역의 러시아 메조소프라노 라리사 디아드코바의 놀라운 음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물의 요정 루살카가 인간인 왕자를 사랑하여 마법의 힘으로 인간의 몸을 얻지만 끝내 버림받아 자연의 품으로 복귀하고, 뒤늦게 루살카의 사랑을 갈구하는 왕자는 그 죄값으로 루살카의 품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동화적 내용이지만, 파리 국립 오페라의 공연은 심리적 환상으로 이런 줄거리를 해석하고자 하는 최근의 연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줄거리(수록곡)

1Rusalka -- Renee Fleming
Jezibaba -- Larissa Diadkova
The Prince -- Sergei Larin
The Water Spirit -- Franz Hawlata
The Foreign Princess -- Eva Urbanova
The Gamekeeper -- Michel Senechal
The Kitchen Boy -- Karine Deshayes
1st Wood Nymph -- Michelle Canniccioni
2nd Wood Nymph -- Svetlana Lifar
3rd Wood Nymph -- Nona Javakhidze
Voice of a Huntsman -- Kevin Greenlaw

Orchestra and Choirs of the Opera National de Paris conducted by James Conlon

○ <루살카>는 드보르작이 남긴 최고의 오페라이며 바그너적인 스타일과 체코 특유의 민속성, 작곡가 자신에게 내재된 감성이 결합되어 있다. 특히 극의 초반부와 종결부에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세 요정은 바그너의 <반지>에서 라인 강의 세 처녀를 쉽게 연상시키며, 섬뜩한 결말 또한 독일의 후기 낭만주의적 경향과 맛닿아있다.

○ 연출자 로버트 카르센은 이 신화적이며 다소 악마적인 내용의 오페라를 정신분석학적 환각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이는 그동안 <루살카>의 유일한 영상물이었던 데이비드 폰트니 연출의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프로덕션과 일정 부분을 공유한다. 다만 코트, 중절모, 양복 등 현대적 의상과 요즘에나 어울릴 침실 디자인(이 연출의 중요한 모티프가 ‘잠’에 있으므로)은 이 오페라의 낭만적 줄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