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3월 이탈리아 파르마 가극장 실황

- 오페라 역사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소프라노 역의 하나로 꼽히는 <노르마>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위대한 가수로는 마리아 칼라스,
조안 서덜랜드, 몽세라 카바예 정도만이 인정받고 있는데, 이들이 무대 위에서 사라진 오늘날,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벨칸토의 여왕’
준 앤더슨이 타이틀 롤을 노래한다.

- 준 앤더슨이 창조한 노르마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대신 높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연인의 배신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인의 좌절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고음부의 성량이 풍부하지 못한 점은 과거의 칼라스, 서덜랜드, 카바예에 비해 부족한 부분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노르마의 심리적 공황을 탁월하게
묘사한 연기력은 영상물로 남아있는 서덜랜드나 카바예의 감동 이상이다.

- 우리나라 오페라 팬 입장에서는 노르마의 상대역인 폴리오네를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유망 테너 신영훈이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 것이다. 그는 준 앤더슨과 다니엘라 바르첼로나(아달지자 역)라는 두 세계적 스타 사이에서 정확한 성악 테크닉과 교과서적인 연기로 청중의
갈채를 이끌어 냈다.

- 지휘자가 누구인지 눈여겨본다면 이 영상물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된다. 이탈리아 정격연주의 선두주자로서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파비오
비욘디가 자신의 악단인 에우로파 갈란테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주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해온 비욘디와 에우로파 갈란테가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자세와 오케스트라의 산뜻한 울림은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