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부세토에는 자그마한 오페라 극장이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주제페 베르디를 기념하는 극장이다. 2001년 베르디 사거 100주기를 맞이하여 이 극장은 전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담한 무대는 베르디의 명작을 상연하기에 턱없이 작아 보인다. 결국 이 작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이 살길이며 무대연출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베르디 100주기를 기념하여 대작 <아이다>를 이 작은 극장에 올리는 모험으로 호평을 받았고 그 실황은 DVD로 발매되었다. 이듬해인 2002년 2월, 제피렐리는 <라 트라비아타>로 이 극장을 다시 찾았다.
수없이 연출한 오페라이지만 부세토 공연을 위해서 모든 것을 수정해야 했다. 그 결과 더없이 아름답고 집중력있는 무대가 준비되었다.

- 스테파냐 본파델리라는 새로운 비올레타의 출현은 놀랍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우수 어린 용모는 비올레타 발레리의 실제 모델인 마리 뒤플레시를 쉽게 연상시킨다. 노래도 좋다. 날카롭지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벨벳 같은 음성을 지닌 데다가 안정된 테크닉을 갖추었다. 안젤라 게오르규의 비올레타 이후 가장 인상적인 등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 플라시도 도밍고가 이 영상물에 출연한다. 알프레도 역이 아니라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로 말이다! 가수와 템포가 어긋나는 장면이 몇 번 있지만 그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매우 아름답게 관현악을 갈무리하면서 이 오페라의 감동을 남김없이 뽑아내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실제로 이상적인 연주에 근접하는 성과를 보인 마에스트로 도밍고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