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라 스칼라의 보물인 마리엘라 데비아는 에디타 그루베로바에 필적하는 현역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지만 음반이나 영상물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그녀의 모습을 <연대의 딸>에서 만날 수 있다. 과연 명성대로 아무리 어려운 악구라도 너무 쉽게 풀어나가는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불어로 쓰여진 <연대의 딸>은 도니제티의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런 작품. 고아로 군인 틈에서 자란 마리가 뒤늦게 후작 부인인 이모 (사실은 어머니)를 만나 파리로 가지만 스위스 산 속의 군대생활과 그곳의 연인 토니오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토니오와 맺어진다는 해피엔딩이다. 데비야의 실력은 물론이지만 토니오 역의 테너 폴 오스틴 켈리도 무려 여덟번의 하이C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리아 '친구여 오늘은 즐거운 날'을 시원하게 불러낸다. 명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가 극사실주의라는 자신의 스타일대신 화사한 색감의 그림으로 무대 세트를 꾸며 노익장을 과시한것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