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갈등은 워낙 뿌리 깊은 것이라 오페라 역사를 살펴보아도 이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다. 인본주의적 작곡가로 알려진 베르디의 경우에도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이라는 초기작품에 이슬람에 대한 반감 내지 멸시의 감정을 담았다. 다행인것은 베르디가 이 오페라를 프랑스 판으로 개정하면서 내용을 많이 바꾸었다는 점! 전면 개정판으로 새롭게 태어난 <예루살렘>은 시대와 배경만을 십자군 원정으로 하였을 뿐 엘렌과 가스통의 사랑이라는 일반적 내용으로 순화되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의 수위는 대폭 낮춰졌다. 2000년 11월 이탈리아 제노바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 실황. 이탈리아 영화계 출신인 피에르조르조 가이가 사실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다닐로 도나티의 무대와 의상은 여화적 사실성을 빛내는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특히 <예루살렘>은 베르디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상연이 드문 작품에 속하므로 오페라 마니아에게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