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지휘자로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빈 슈타츠오퍼와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을 중심으로 활약했는데 가장 즐겨 지휘한 작품의 하나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였다. 특히 칼라스와 디 스페파노가 열창한 1956년 음반(EMI) 못지않게 전설적인 것이 1978년 5월의 빈 슈타츠오퍼 실황 영상이다. 당초 프랑코 보니졸리가 만리코를 부를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인해 플라시도 도밍고가 급히 일정을 쪼개어 무대에 섰는데 오히려 이 덕분에 전설적인 실황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도밍고 혼자 이 무대를 이끌지 않는다. 우아한 자태와 음성을 지닌 전성기의 라이나 카바이반스카(레오노라), 영화배우같은 풍채의 피에로 카푸칠리(루나 백작), 집시 여인의 캐릭터를 강하게 부각시킨 피오렌차 코소토(아추체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최상급이다. 카라얀의 지휘는 극적 박력으로 넘치는 이 오페라에 섬세한 서정성까지 불어 넣었으며 직접 연출까지 맡아 누구라도 만족할만한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다. 25년 전 자료이지만 화질과 음질도 수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