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을 싫어한 지휘자로 유명한 한스 크나퍼츠부쉬는 ˝단원 여러분, 이 곡은 여러번 연주했겠지요? 나도 잘 아는 곡이에요. 그러니 연습은 따로 하지 맙시다. ˝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단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린 비결은 연습시간을 줄여서가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거인적 풍모를 발휘하여 초인적인 감동으로 몰고 가는 힘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가 80세가 된 1962년 5월, 동년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빌헬름 빅하우스, 바그너 지휘자로서 크나퍼츠부쉬가 특별히 총애한 소프라노 비르기트 닐손이 한 자리에 모였다.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과 피아노 협주곡 제 4번, 그리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테>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이며 이들이 자랑할 만한 최고의 레퍼토리들이다. 흑백 화면이 모노이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거장들의 감동적인 영상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