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해 가는 영주 후주르 로이의 권력과 재산은 천천히 줄어들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의 성은 허물어지고 하인도 하나둘 줄어들고, 그는 지붕 위에 앉아 지난 영광에 대한 백일몽을 꾸며 나날을 보낸다. 그는 앉아서 메마른 풍경을 바라본다. 사채업자인 마힘 강굴리(강가파다 바수)는 그 천박함 때문에 새로 얻은 힘과 지위도 별 소용이 없다. 강굴리는 로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표상하며 그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강굴리가 음악회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로이 역시 같은 날 밤에 음악회를 열기로 마음먹는다. 이는 옛 것과 새 것의 최종적인 대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로이의 화려한 음악 방은 그가 가장 사랑하던 것이었고, 영화는 예전 태평한 시절에 그 방에서 열렸던 음악회를 회상으로 보여준다. 이 음악회는 로이가 마지막 모든 걸 걸고 감행하는 거창한 시도이며 이로써 그의 남은 재산은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

* 위대한 감독 -쇼티아지트 레이
세계영화사의 거목이며 인도영화의 심장인 쇼티아지트 레이는 1921년 5월2일 캘커타에서 태어나 1992년4월23일 역시 캘커타에서 사망했다. 일찍이 캘커타 대학에서 공부하다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가르치고 있던 산티니케탄에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입학한다. 1943년부터 상업미술계에 종사함으로써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던 레이는 1955년에 첫 영화 <길의 노래>를 만들며 감독 데뷔하였다. 영화 <길의 노래>는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레이를 거장의 반열에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길의 노래>는 이후 <아파라지토>, <아푸의 세계>로 이어지는 ‘아푸 삼부작’으로 발전하여, ‘아푸’라는 한 가난한 브라만 가정의 소년이 성장하는 경로를 따라 인간 삶의 비의를 탐구하는 세계영화사상 걸작으로 남게 된다. 장 르노와르가 <강> 을 제작하러 캘커타에 왔을 때 쇼티야지트 레이가 그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는 등, 서방 거장들과의 교분도 활발히 가졌다. 후기작 <뮤직 룸>(1958), <차룰라타>(1964), <가정과 세상>(1984) 등으로 여전히 독보적인 아시아 작가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간 그는 마지막 작품 <이방인>(1991)을 남기고 1992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