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의 내용은 구약 출애굽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세는 신의 계시를 받고 형 아론의 입을 빌려서 이집트의 유대민족에게 그들이 잊고 있었던 유일신의 개념을 강력히 설파한다. 유대인들은 크게 술렁이지만, 모세가 행하는 여러 이적들을 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 올라가 있던 40일 동안 유대민족은 아론을 부추겨 황금 송아지상을 만들고 그 앞에서 광란의 제전을 펼친다. 광란이 잦아질 무렵 모세가 나타나 송아지상을 부수고 아론을 꾸짖지만, 아론 역시 자신의 논리로 모세를 반박한다. 모세는 실망하여 계명판을 부숴버린다. 이후 3막의 대본은 아론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 연출자 레토 닉클러는 황금송아지 축제를 색다르게 연출해내었다. 황금색으로 치장된 ICH(독어의 일인칭 대명사)라는 글자 구조물로 황금송아지상을 대신하였다. 신의 임재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우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역설한 것이다. 그리고 완성상태의 2막까지만 무대에 올리고, 대본만 남아있는 3막은 모세 역의 프라느 그룬트헤버가 낭송하는 형태로 보너스 트랙에 삽입하였다.

- 쇤베르크는 13이라는 숫자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렸다. 본디 아론의 알파벳 표기는 Aaron이 일반적이지만, ‘Moses und Aaron'이 모두 13개의 알파벳이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 타이틀을 'Moses und Aron’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 다니엘레 가티, 쇤베르크가 남긴 미완의 걸작을 지휘하다.
오페라 ‘모세와 아론’은 구약 출애굽의 리더 모세와 그의 형이자 제사장이었던 아론의 갈등을 다룬 쇤베르크의 마지막 걸작이다. 쇤베르크는 1928년 스스로 대본을 완성했으며, 1930년 무렵부터 작곡에 착수하였다. 1932년에 2막까지 마무리되었지만, 마지막 3막은 작곡가가 사망했던 1951년까지도 미완성상태로 남아있었다. 12음 기법을 통해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쇤베르크가 자신의 모든 창조적 역량을 집중했던 작품이기에, 미완성 작품임에도 20세기를 대표하는 오페라 걸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낭창(Sprechgesang)으로 전개되는 모세와 전형적인 리릭 테너로 연기되는 아론은 음악만으로도 두 배역의 대립과 갈등을 상징한다. 황금 송아지 앞에서의 축제장면(2막3장)은 독립곡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다. 본 DVD는 2006년 빈 국립오페라에서 있었던 화제의 공연을 수록한 것으로, 20세기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봉을 잡았고, 두 베테랑 가수인 프란츠 그룬트헤버와 토마스 모저가 모세와 아론을 각각 연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