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오네>는 1819년 나폴리 초연 후 150년 이상 버려졌다가 1977년에야 부활했다. 1980년대부터 로시니 붐을 타고 공연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지의 작품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로시니 연구의 권위자 필립 고세트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에르미오네>는 비극 오페라다. 희극의 명수로 알려진 로시니는 사실 진지한 오페라도 많이 썼지만 <에르미오네>만큼 장중한 작품은 거의 없다. 트로이 전쟁 후 아킬레우스의 아들 피루스는 포로로 잡아온 트로이의 영웅 엑토르의 미망인 안드로마케에게 구애한다. 피루스로부터 버림 받은 에르미오네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녀를 사모하는 오레스테를 시켜 피루스에게 복수한다.  본 영상물은 2008년 페사로의 로시니 페스티벌 실황이며 위대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장조카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를, 클라우디오의 친아들 다니엘레 아바도가 연출을 맡고 있다. 로베르토는 이미 유명 지휘자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로 재해석한 다니엘레의 연출에도 주목하시라! 타이틀 롤을 맡은 소냐 가나시의 1막 피날레 열창은 머리털이 곤두선다는 호평을 받았다.

보충자료

○ <에르미오네>는 로시니의 38편의 오페라 중에서 26번째 작품이다. 27세이던 1819년 나폴리에서 초연된 이후 오랫동안 공연되지 않았지만 로시니의 여러 오페라 세리아 중에서 <세미라미데>와 함께 정통 비극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 편에 나오는 유명한 여인인 안드로마케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면서도 그녀보다 훨씬 덜 유명한 에르미오네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지금은 음악적으로 걸작임을 인정받아서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에서 매년 펼쳐지는 로시니 페스티벌은 물론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도 공연되는 일이 많아졌다.

○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의 한사람인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일가가 거대한 음악가족을 이루고 있다. 부친 미켈란젤로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고, 형 마르첼로 역시 명망있는 음악교육자이며 누이도 피아니스트이다. 아바도와 그의 형제 대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조카 로베르토는 적어도 오페라 분야만큼은 삼촌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아들 다니엘레조차 오페라 연출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부친의 분석적인 두뇌를 물려받은 다니엘레는 보수적인 풍토의 이탈리아에서는 무척 현대적인 스타일의 연출가로 평가받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