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접경지대에 보덴 호수가 있는데, 이중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에서 매년 여름마다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특히 이 페스티벌은 호상(湖上)에 세워진 무대에서 펼쳐지는 축제로 유명하다.  본 영상물은 2002년의 동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실황이다. 테이블 위의 소인국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해석한 무대와 연출도 특이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최고의 테너 롤란도 비야손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직전에 주인공 로돌포를 열창했다는 것이 큰 관심사일 것이다. ‘그대의 찬 손’을 반음 낮춰 부른 것이 옥의 티지만 역시 완벽한 테너임을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미미 역의 그리스 소프라노 알렉샤 불가리두, 마르첼로 역의 프랑스 바리톤 뤼도빅 테지에르, 무제타 역의 스페인 소프라노 엘레나 데 라 메르세드가 모두 빼어난 외모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세계적인 가수들로 성장한 만큼 오페라 팬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영상물이 되었다.  2막의 ‘무제타의 왈츠’ 장면은 본 공연의 백미다. 무제타에게 마릴린 먼로의 매혹적인 이미지를 채색하여 관객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을 뿐 아니라 그녀의 늙은 애인을 쫓아내는 방식도 기발하다.

보충자료

○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전쟁이 막 끝난 1945년부터인데, 처음에는 커다란 배의 갑판에서 공연하면 호반의 관객이 감상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1948년부터 아예 무대를 호수 위에 만들어 버렸다. 유럽에서 오페라 축제라는 것이 자리를 잡고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자 1979년과 1980년에 걸쳐 대대적인 시설공사가 이루어졌고, 비록 마이크를 사용하는 한계가 있지만 창의적인 무대와 뛰어난 음향효과를 자랑하게 되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특징은 한 시즌에 하나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이는 물위에 세운 무대의 토대에 거대한 장치를 세우기 때문에 짧은 시간 만에 철거나 변경이 불가능한 데에 기인한다. 사실은 그 무대를 일 년 더 사용하므로 실제로는 2년간 하나의 작품을 하게 된다. 예컨대 <가면무도회>는 1999년과 2000년, <라보엠>이 2001년과 2002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2003년과 2004년, <일 트로바토레>가 2005년과 2006년,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에는 <토스카>가 공연되었다. 2009년 프로그램은 <아이다>이다.

○ 롤란도 비야손(1972~)은 플라시도 도밍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테너로 떠오른 슈퍼스타다. 도밍고의 넉넉함, 파바로티의 미성, 카레라스의 열정을 두루 갖춘 것은 물론 ‘오페라계의 미스터 빈’으로 불릴 만큼 친근한 외모와 유머러스한 무대 감각까지 장착했다. 지나치게 열창하는 스타일이어서 종종 장기간 휴식을 가져야 할 정도로 무리하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