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 시대를 완벽 재현한 글로브 극장의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가운데에서도 영화,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로의 전환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한 두 어린 주인공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나간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폭넓게 변환되고 있는 것은 두 주인공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런던의 셰익스피어 글로브극장에서의 공연실황을 담은 본 영상물은 형식과 내용면에서나 원작에 가까운 연출을 따르고 있다. 스무 살 전후의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주역을 맡고, 노련한 배우들은 주변 인물을 맡음으로써 원작에 한 발 더 다가선 극의 전개를 보여준다. 셰익스피어 당대의 원형에 가깝게 새롭게 재건된 글로브 극장 안에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정확한 발성은 세심한 연출과 탄탄한 텍스트의 힘입어 그의 시대가 그대로 옮겨졌다.  DVD 두 장으로 구성된 이 영상물은 DVD는 3막으로 이루어진 연극 본편 외에, 배우들에 대한 소개와 유명한 대사를 찾을 수 있는 영상이 함께 수록되어있어 셰익스피어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보충자료

○ 글로브 극장은 1613년, <헨리 8세>공연도중 쏜 대포의 불이 지붕으로 옮겨 붙으면서 전소되었다. 그후 오랜 연구 끝에 1996년 원형에 가깝게 재건된 역사를 갖고 있다. 글로브는 무대가 관객들 깊숙이 파고들어 있으며, 스탠딩 석으로 이용되는 마당까지 무대로 사용되곤 한다. 스탠딩 석과 무대 위의 귀빈석, 3층 구조의 객석을 포함하여 약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글로브는 야외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대사 전달에 어려움이 없다.

○ 셰익스피어 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연출과 적당한 교훈을 담고 있는 극으로 인식되었다. 적개심과 증오로 둘러싸인 주변과 상관없이,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보는 최고의 사랑을 나눈 두 어린 연인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는 현재와는 약간 다른 의미로 해석 되었던 것이다.

○ 본 공연은 막전, 막후 공연을 삽입함으로써 셰익스피어 시대의 공연 문화를 거의 완벽히 재현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무대의상을 입은 배우들과 현대 의상을 입은 관객들이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의 모호한 선을 넘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극장 안의 관객들 까지도 연극의 한 부분으로 흡수 해버리는 글로브 극장만의 신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