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루마니아에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그는 오직 처녀의 피만을 먹을 수 있는데 근방의 처녀들은 이미 다 끝장내서 먹을 게 없자 하인인 안톤의 주장에 따라 이탈리아로 이사를 가게 된다. 엄격한 카톨릭 국가이니만큼 처녀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백작은 경제적 위기에 처해 딸들을 돈 많은 집에 시집보내려는 귀족 가문의 아름다운 네 자매를 만나게 되는데 그 딸들은 자기가 처녀라는 주장과는 달리 남자 하인과 밤마다 난교를 벌이는 방종한 여자들이었다. 실수로 처녀가 아닌 여자의 피를 마시게 된 백작의 병은 깊어가고...

* 스플래터 영화

잔혹한 묘사와 유머가 공존하는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 스플래터라는 말은 ‘절벅 절벅 소리를 내다’‘물이나 흙탕물을 튀기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공포 영화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미국의 영화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자신의 저서 『스플래터 영화: 마지막 금기』(Splatter Movies: The Last Taboo, 1981)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매카시는 이 책에서 ‘스플래터 장르는 관객을 무섭게 만들려고 하거나 영화 속에 서스펜스를 삽입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장르는 상당한 강도의 고어를 영화에 삽입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고자 한다. 스플래터 장르에서 신체 훼손은 그 횟수가 어떻든 이러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적고 있다. 매카시의 이러한 정의는 스플래터가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매카시의 정의처럼 스플래터 영화에는 일정한 수준의 고어적인 묘사와 신체 훼손이 담겨 있어야 한다.

언뜻 여기까지만 보면 이미지의 잔혹성이라는 측면에서 슬래셔 영화와 구분되지 않을 듯하지만 스플래터에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너덜너덜해지는 목불인견의 광경이 연출되지만 공포보다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스플래터는 비정하기보다는 친근한 공포를 유발한다. 역겨운 장면을 보다가 터지는 엇나간 웃음, 극도로 잔인한 폭력 속에서 아이러니한 웃음을 발견하는 특이한 변종 공포 장르인 것이다. 매카시의 정의를 염두에 둔다면 관객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동원하는 영화들은 스플래터의 범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복잡한 서스펜스나 극적 장치보다는 거두절미하는 강성 묘사로 충격파를 던지는 쪽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스플래터 영화의 시초로 거론되는 것은 허셸 고든 루이스 (Herschell Gordon Lewis) 감독의 〈피의 향연〉(Blood Feast, 1963)이다. 폴 모리세이(Paul Morrissey) 감독의 〈플레시 포 프랑켄슈타인〉(Flesh for Frankenstein, 1973)과 〈블러드 포 드라큘라〉(Blood for Dracula, 1974), 조지 A.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1978)도 넓은 범주의 스플래터에 포함시킬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장르 유희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존재를 알린 〈이블 데드〉(The Evil Dead, 1981), 스튜어트 고든(Stuart Gordon) 감독의 〈리애니메이터〉(Re－Animator, 1985),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데드 얼라이브〉(Dead Alive, 1992) 등도 스플래터 영화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