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보르작의 <루살카>는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와 더불어 체코 최고의 인기 오페라다. 체코 판 ‘인어 공주’이자 다양한 해석의 연출이 가능한 캐릭터와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의 대조시키면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음악적으로는 20세기에 초연된 오페라임에도 19세기적인 작법으로 만들어졌으며 도입부의 나무요정 장면은 명백하게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개시부를 연상시킨다. 여주인공 소프라노에게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아리아가 주어져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벙어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점도 이색적인데, 특히 전형적인 ‘사랑의 이중창’이 없고 다만 3막 피날레의 이중창을 부른다.

○ 과거에 새들러스 웰스 오페라였던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는 코벤트가든의 로열 오페라와 확연한 구별점을 갖고 있다. 즉 모든 오페라를 영어로 번역해서 부른다는 것이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고 약점일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약점이 많으므로 창의적인 연출로, 뛰어난 지휘로 만회하는 경우가 많다. 지휘자 마크 엘더는 1979년부터 1993년까지 이 극장의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혁신적인 연출가 데비빗 파운트니와 협력하여 이 기간 중에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영어로 부르므로 대부분의 가수를 영국 내지 영연방 출신으로 채운다는 특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