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 섀록의 연출이 셰익스피어의 가장 위트 있고 영리한 희곡 <뜻대로 하세요>을 만났다는 것으로 기대를 불러일으킨 글로브 극장 실황에서는 젊지만 노련한 나오미 프레데릭과 잭 래스키가 각각 사랑에 빠진 두 주인공 로잘린드와 올란도를 연기한다. 최소한의 변화로 장면의 전환을 보여주는 글로브의 무대 역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쉴 틈 없이 무대를 오르내리고 관객 사이를 누비는 배우들과 하나가 되고, 내내 얽혀있던 관계가 한 순간에 풀어져 버리면서 행복한 네 쌍의 커플이 탄생하는 장면은 셰익스피어 기법에서 탄생 한 궁극의 해피엔딩이라고 부를만하다. 특히 글로브의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배우들의 정확한 영국식 발음과 야외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명확한 발성에 있다.

○ 본 공연의 감독인 티아 섀록은 1976년 생 여성으로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2001년부터 연극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정작 그녀가 대중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영화 <해리포터>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에쿠우스>로 브로드웨이에 데뷔시킨 일이다. 최근 작품으로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다미앵 르위스를 주인공으로 한 <몰리에르>가 있다.

○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는 유독 남장 여인이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남성이 여성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인데, 남성이 연기하는 여성을 남장시킴으로써 두 번 비틀기를 시도하는 셰익스피어의 위트를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베니스의상인>, <한여름 밤의꿈>정도다. 글로브 셰익스피어 시리즈에서 <뜻대로 하세요>가 발매되었다는 것은 국내와 본토의 선호도에 크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어느 때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많이 공연되는 국내 연극계의 상황에서 이 작품의 출시는 국내 연출가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