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로 멋지게 변신한 헨델 만년의 걸작 오라토리오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안티오크의 성녀를 소재로 한 ‘테오도라’는 1750년 3월에 초연된 영어 오라토리오다. 헨델 스스로는 이 작품에 큰 자부심을 가졌지만, 당시 관객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못했다. 결국 불과 3회만 공연된 이후 세인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20세기 후반에 불어 닥친 바로크음악 붐과 더불어 이 작품 역시도 새롭게 평가되었고, 이제는 만년의 풍부한 음악적 노하우가 응집된 헨델의 가장 완성도 높은 오라토리오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에 주목하여 오페라의 형태로 공연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1996년 글라인드본에서 공연된 괴짜 연출가 피터 셀라스의 프로덕션이 유명하지만, 본 영상물에 수록된 200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역시 그에 버금가는 뛰어난 무대를 자랑한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운터테너의 한 사람인 베준 메타와 크리스티안 섀퍼, 베르나르다 핑크가 합세한 화려한 캐스팅, 이버 볼튼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탄탄한 반주가 크리스토프 로이의 세련된 연출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 보조자료 )

- 헨델은 1749년 6월부터 ‘테오도라’의 작곡에 착수하여, 같은 해 7월에 이를 완성하였다. 초연은 이듬해 3월 16일 코벤트가든에서 이었다. 당시 헨델의 나이는 65세였다. 이 작품 이후 헨델은 죽기 전까지 3편의 오라토리오(헤라클레스의 선택, 입다, 시간과 진리의 승리)를 더 완성하였다. 앞서 몇 편의 오라토리오 리브레토를 헨델에게 제공했었던 토마스 모렐이 정리한 영어 리브레토에 곡을 붙인 것으로, 전체 3막으로 구성되었다. 헨델은 2막을 마무리하는 합창곡 ‘He saw the lovely youth'가 ’메시아‘ 중의 ’할렐루야‘보다 더 훌륭하다고 밝혔을 정도로 이 작품을 아꼈다.

- 극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로마를 다스리던 시절, 안티오크의 포악한 총독 발렌스는 기독교도들을 탄압한다. 기독교 공동체의 중심인물이었던 테오도라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다가 체포되어 매춘을 강요받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게 된다. 테오도라를 체포했던 로마의 병사 디디무스는 테오도라의 숭고한 모습에 감화되어 그녀를 탈옥시키고 자신이 대신 옥에 갇힌다. 테오도라는 공동체로 무사 귀환하지만, 디디무스가 처형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제 발로 발렌스의 앞에 나간다. 발렌스는 두 사람 모두에게 사형을 언도하고, 둘은 천국에서의 결합을 소망하며 담담하게 마지막 숨을 거둔다.

- 본 영상에서 남자주인공 배역인 디디무스를 노래한 이는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카운터테너의 한 사람인 베준 메타(Bejun Mehta)다. 그의 이름이 말해주듯 지휘자 주빈 메타와 인척관계인데, 우리식으로 따지면 주빈 메타가 오촌당숙이 된다.(베준 마타의 아버지가 주빈 메타의 사촌이다.) 소년시절부터 보이소프라노로 활약했으며, 변성기 이후에는 첼로를 배웠다. 또한 레코딩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는데, 그가 프로듀싱한 야노스 스타커의 두 번째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음반은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8년 뉴욕 시티 오페라에서 헨델의 오페라 파르테노페로 데뷔한 이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메트, 코벤트가든, 파리 오페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의 일급 오페라 극장들과 잘츠부르크, 베르비에르, 글라인드본, 액상프로뱅스 등의 유명 음악축제들을 바쁘게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