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플라멩고 춤으로 구성해 무대에 올리려는 안무가 겸 댄서가 카르멘 역을 맡게 된 여자 댄서와 극의 내용과 꼭같은 사랑과 살인의 와중에 휘말려드는 이야기.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 상영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플라멩고 춤이다. 박진감과 생동감, 이를 절묘하게 포착한 사우라 감독의 연출과 카메라 워크, 두 주인공의 춤과 연기 양면에 걸친 대열연은 압권이다. 깐느영화제 최우수예술공헌상 수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칼로스 사우라는 프랑코 독재 이후의 종교와 정치의 영향을 직접 거론하기 보다는 프랑코 이전의 스페인 사람들의 상태에 대해서 즐겨 얘기한다. 아주 예술적인 화면을 구성하기로 평판이 나있는 그는 이 영화를 일종의 무용극 형식으로 독특하게 재구성하였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카르멘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카르멘에 어울리는 밤무대의 3류 무용수를 찾아낸 안무가와 카르멘 사이의 사랑과 갈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 남자 저 남자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수비 병사 도노셋, 그리고 투우사의 삼각 관계를 현대판으로 옮긴 영화 <카르멘>은 비제의 음악과 프라멩고 연주, 그리고 파루카라는 스페인의 독특한 민속춤이 곁들여지면서 긴장감있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