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영상을 통해 만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감각적인 무대미술

1951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되었던 ‘난봉꾼의 행각’은 스트라빈스키 최초의 그랜드오페라이자 작곡가의 신고전주의 시대를 마감하는 회심작이었다. 18세기 영국 풍속화가 윌리엄 호거스의 동판화집에서 내용을 빌려온 작품으로, 스트라빈스키는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퍼셀과 헨델의 분위기를 교묘하게 모방하였고, 작은 규모로 편성된 관현악 반주 역시 실내악적인 정치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활용되었다. 본 영상은 2010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을 수록한 것으로, 존 콕스의 1975년 프로덕션을 리바이벌한 것이다. 본 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은 호가트의 동판화 원작을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 풍으로 재해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무대미술과 의상디자인이다. 예스런 삽화를 연상케 하는 이 프로덕션의 독특한 미장센은 스트라빈스키의 간단명료한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멋진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두 주역 가수인 미아 페르손과 토피 레티푸는 외모와 가창 양면 모두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안겨주며, 전곡을 일목요연하게 전개해나가는 유롭스키의 지휘 또한 흠잡을 곳 없다.

 

(보조자료)

 

이 오페라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막] 트롤러브 집 정원. 트롤러브의 딸 앤의 약혼자 톰 레이크웰은 닉 셰도우라는 사나이로부터 자기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톰은 앤을 안심시키고 자기를 돌봐주기로 한 닉과 함께 런던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1년 1일 후에 계산하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런던에 간 톰은 향락가에서 방종한 여자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한다. 한편 애인으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자 앤은 아버지 몰래 런던으로 향한다.
[2막] 런던의 톰 레이크웰은 상속 재산을 탕진해 버렸다. 그는 닉은 도덕에 등을 돌리고 살아가려면 터키 여인 바바와 결혼하라고 설득한다. 이 여자는 굉장한 부자이지만 흰 수염이 난 무서운 여자로서 축제 때는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결국 톰은 이 여자와 결혼한다. 얼마 후 앤과 마주친 톰은 무관심을 가장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어느 겨울날 아침, 톰은 아내 바바에게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닉이 돌을 빵으로 만드는 기계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3막] 엉터리 사업에 실패한 톰은 자신의 영혼을 요구하는 닉을 악마라고 생각하여 운명을 카드놀이에 맡기기로 한다. 앤의 염려 덕분에 톰이 이기고 닉은 이성을 잃고 무덤 속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결국 톰은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신화적 환상에 도취된다. 톰이 기다리는 비너스로 가장한 앤은 병원에 와서 자장가를 들려주고, 잠에서 깨어난 톰은 옛 일을 회상하며 비너스를 부르다가 죽는다. 에필로그에 주인공들이 나와 악마는 태만한 자의 마음과 몸을 점령해버린다는 교훈을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