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머리히 칼만은 레하르와 함께 빈 오페레타 전성기를 양분했던 인기 작곡가였다. 3막의 오페레타 ‘서커스의 공작부인’는 1926년 테아터 안 더 빈에서 초연된 이후 그 극장에서만 350회 가까이 공연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작곡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본 DVD는 1969년 TV 방송을 목적으로 제작된 컬러필름을 옮긴 것으로, 당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주역가수였던 미모의 소프라노 잉게보르크 할슈타인과 오페레타에서 바그너의 영웅적인 배역들까지 두루 섭렵했던 추억의 명가수 루돌프 쇼크가 남녀주인공을 노래한 값진 기록이다. 귀족 출신의 신분을 감추고 서커스의 인기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미스터 X와 부유한 미모의 젊은 미망인인 페도라 공작부인 사이에서 펼쳐지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사랑을 다룬 이 오페레타에는 빈 오페레타 특유의 아름답고도 친근한 선율들이 가득하며, 서커스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작품답게 서커스단이 펼치는 여러 화려한 볼거리들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Arthaus 101596 (DVD)

 

보조자료

- 엠머리히 칼만(1882-1953)은 헝가리 출신의 유태계 작곡가다. 원래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관절염으로 꿈을 접은 이후 작곡가로 자신의 진로를 바꾸었다. 버르톡과 코다이가 그의 학창시절 동료였지만, 자국의 민속음악에 몰입했던 그들과 달리 칼만은 보다 서구 지향적이고도 대중적인 음악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견했다. 부다페스트에서 몇몇 오페레타로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이후 빈으로 진출하여 레하르와 함께 그 도시의 가장 인기 있는 오페레타 작곡가로 사랑을 받았다. 히틀러의 집권 이후 박해를 피해서 대서양을 건넜던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집시 밴드의 비르투오조’, ‘차르다슈의 공주’, ‘마리차 백작부인’, ‘서커스의 공작부인’ 등이 그의 대표 오페레타로 꼽힌다.

 

- 루돌프 쇼크(1915-86)는 오페레타의 가벼운 배역들에서부터 로엔그린과 같은 영웅적인 바그너 배역들에까지 두루 능했던 독일 출신의 추억의 명테너였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최초로 코벤트 가든의 무대에 섰던 독일 가수였으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빈 슈타츠오퍼 등의 정상급 무대를 두루 섭렵하면서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명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슬림한 몸매와 잘생긴 용모로 인기가 높았기에 많은 오페라 관련 영화에도 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