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는 베르디가 일생에 걸쳐서 여러 오페라를 통해 꾸준히 다뤄왔던 주제였다. 베르디는 어린 두 자식을 일치감치 잃었던 트라우마를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강조한 여러 작품을 통해서 음악으로 해소했던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광대 아버지와 지순한 딸의 비극을 다룬 ‘리골레토’이다. 음악적으로 벨칸토 오페라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이 작품은 그만큼 빼어난 선율미가 아리아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이탈리아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방식으로 드라마를 전개해 나간다. 본 DVD는 2010년 9월 호주의 랜드 마크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담은 것이다.

호주가 배출한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일라이자 모신스키가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를 위해 연출한 본 프로덕션은 1991년 처음 공개된 이후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공연되면서 이 나라 오페라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현대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 풍의 연출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음울한 멜로드라마와 근사한 조화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