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자랑하는 거물급 마에스트로 헤수스 로페스-코보스의 노련한 지휘와 고전적인 사실성이 돋보이는 에밀리오 사가의 연출, 이 시대의 일급 오페라 스타들로 조합된 성악진의 열연이 근사하게 어우러진 2009년 테아트로 레알의 프로덕션은 서곡의 첫 시작에서부터 대단원의 중창에 이르기까지 ‘피가로의 결혼’에 가득 담긴 모차르트 음악의 우아하고도 생기발랄한 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귀족의 전횡과 이중성을 비판한 보마르셰의 희곡을 토대로 완성한 ‘피가로의 결혼’은 내용적으로 로시니가 이후에 완성한 ‘세비야의 이발사’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다른 계급에 속한 네 명의 남녀가 펼치는 위태로운 사랑의 줄다리기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훤칠한 외모와 중후한 음성으로 현재 유럽 일급 오페라극장들의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루카 피사로니(피가로)와 뤼도빅 테지에(백작)의 팽팽한 연기대결과 관록의 두 소프라노인 바르바라 프리톨리와 이사벨라 레이의 노련하고도 안정된 연기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