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시절 바흐가 ‘건반연습곡’(clavier-ubung)의 타이틀로 정리했던 일련의 작품들은 건반음악에 대한 이 위대한 거장의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한 위대한 음악적 유산이다. ‘건반연습곡’ 시리즈의 4부가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본 영상물은 지금은 지휘자로 더 바쁘게 활동 중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1992년 뮌헨의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용으로 녹화한 연주를 담았다. 이 무렵은 바렌보임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단히 몰입했던 시기로,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져온 이 걸작에 대한 그의 노하우를 이 영상물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는 각 변주사이의 극명한 템포 변화와 다이내믹의 강렬한 대비를 지양하는 대신, 명료한 아티큘레이션와 유려한 프레이징, 그리고 별개의 악기들이 연주하는 듯한 각 변주 사이의 미묘한 색채감 변화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또한 보다 큰 음악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변주의 반복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데, 반복시의 미묘한 표현의 변화에 주목해보는 것도 이 영상을 흥미롭게 감상하는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