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병태는 그룹 미팅을 통해 같은 또래의 H대 불문학과 재학생 영자를 알게 된다. 급격히 전개된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고 성장해온 이들 70년대의 젊은이들은 캠퍼스, 가정 그리고 기존 사회의 벽과 부딪쳐가면서 고뇌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고뇌는 우직스러울 정도의 해학과 자조를 띄우면서도 좀더 밝고 명랑한 내일을 위해 성장해간다. 병태와 영자의 사이에는 어떤 사랑의 약속도 없다. 그들은 만나고 대화하고 그리고 병태는 좀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 입대하게 된다. 그 군용 열차 차창에 매달려 입맞추는 병태와 영자..

# 감독 소개

하길종 1941.4.13

1941년 4월 13일 부산 초량동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5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10살 때 아버지마저 잃었다．친척집에 얹혀살면서 경남중학을 마친 그는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와 중동고교를 거쳐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했다. 1964년 에어프랑스 항공사에 근무하던 하길종은 미국으로 건너가 온갖 잡일을 일년이 넘게 한 끝에 명문 UCLA 영화과에 입학, 전채린씨와 결혼하여 아들 지현을 낳았다. 졸업작품 <병사의 제전>은 ＭＧＭ영화사가 전미국 영화과 학생 가운데 4명을 선발하여 주는 '메이어 그랜드상'을 받았으며, UCLA 강사 자리가 보장되었고 할리우드의 거대한 시스템도 유혹적이었으나 1970년 초여름 귀국한다.

1972년, 한가족의 붕괴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한 <화분>으로 공식 데뷔했으나, 관객의 외면을 받았고,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아예 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두번째 영화 <수절>은 검열로 20여분이나 가위질을 당해야했다. 1975년에 발표한 세번째 영화 <바보들의 행진> 역시 검열에 난도질 당했다.
총 7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 중 <바보들의 행진>(75)은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의 모순을 빗대어 보여주기도 한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그는 교수이자 평론가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뿌리깊은 나무>에 고정으로 기고한 비평은 해박한 지식과 정연한 논리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여자를 찾습니다>와 <한네의 승천>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상업영화 <속 별들의 고향>을 만들어 1978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