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명예를 위한 무임 승차

미국을 휩쓴 대공황이 절정을 이루던 1933년 뜻하지 않게 실직을 하게 되고 집과 머물 곳을 찾아 다니는 부랑자들이 도처에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은 달리는 기차에 무임승차를 하며 직업을 찾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호보라고 불리는 이 부랑자들 중에는 에이 넘버원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부랑자들 사이에서 북극의 황제라고 불리며 기차 무임승차에 관한 한 귀신 같은 솜씨를 갖고 있다. 한편, 19번 열차에는 샤크라는 악명 높은 차장이 상주하며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을 발견하여 잔인하게 죽이기 까지 한다. 어느 날, 에이 넘버원은 무임승차를 하려 기차에 뛰어드는데 이를 본 시가렛이라는 젊은 청년이 뒤에 따라 기차에 오른다. 그 때문에 샤크에게 발각된 에이 넘버원은 동물 후송용 기차 칸에 시가렛과 함께 갇히는 신세가 된다. 쓴 웃음을 짖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는 샤크, 그러나 에이 넘버원은 여유 있게 자신이 갇힌 칸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게 되는데.

[감독 및 배우 소개]

*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 Robert Aldrich (1918.08.09 ~1983.12.05)
1918년 8월 9일 로드 아일랜드 크랜스톤 출생. 베니스 영화제에서 (55)로 경쟁부문에 올랐고 은사자상을 수상했으며 (56)로는 이탈리아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주로 액션 어드벤처 물을 많이 만든 감독으로 우리 나라에 알려진 작품으로는 <소돔과 고모라>, <지옥의 라이벌> 등이 있다.

* 배우: 리 마빈 Lee Marvin (1924.02.19 ~1987.08.29)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 코믹 서부극 「캣 벌루(196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 세상을 떠난 후 그에 대한 컬트적 숭배는 해마다 그 열이 더해가고 있다. 마빈은 단순한 표정 하나 또는 몸짓 하나만으로도 다른 배우들이 여러 페이지의 대사를 늘어놓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재능을 지닌 배우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로버트 미첨을 비롯하여 영화 속 남성성의 여러 훌륭한 아이콘적 배우들이 그렇듯이 마빈 역시 깊이와 복잡한 성격을 지닌 터프가이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명예전상장을 받은 후 거의 재미로 연극 무대에 뛰어들었는데, 그러다가 마침내 1950년에 할리우드로 갔다. 그는 1950년대 대부분을 아주 잘 만들어진 「가득 찬 열기(1953)」와 「블랙 록 마을의 운수 없는 날(1955)」 등 B급 영화나 누아르 스릴러에서 위협적인 불량배나 거들먹거리는 악당 역을 하며 보냈다. 그러나 최고의 영화 연기를 선보이기까지는 감독들이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게 될 때까지 아직 더 기다려야 했다. 마빈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상당부분을 텔레비전 물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돈 시겔의 「킬러스(1964)」는 원래 텔레비전용으로 만들었으나, 당시 기준으로는 너무 폭력적이라고 여겨져 대신 극장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마빈의 배우 경력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6년의 포문을 열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후 마빈은 「4인의 프로페셔널(1966)」과 「특공대작전(1967)」 그리고 그의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존 부어만의 독창적인 스릴러 「포인트 블랭크(1967)」까지 특출한 연기력을 연달아 선보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 마빈의 연기는 수준이 고르지 않았고 「프라임 컷(1972)」 같이 좋은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의 원근법을 통해 되돌아보면 그가 빠진 후 영화계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오늘날의 남자 배우들 중에는 조금이라도 그와 비슷한 수준에 미치는 배우는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