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토탈 7천 5백만장을 팔아치운
독일 헤비메탈의 살아있는 전설 스콜피온즈(Scorpions)의
아마존 삼림보호를 위한 생생한 브라질 투어 현장
[Amazonia : Live In The Jungle]


1968년 결성이후 무려 3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나가고 있는 독일산 전갈 떼들 스콜피온즈(Scorpions)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진행형에 놓여있는 뮤지션으로 분류되고 있다. 2007년도 앨범 [Humanity：Hour1]에는 뜬금없이 스매싱 펌킨즈(The 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건(Billy Corgan)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기도 하면서 이 살아있는 화석에 더욱 후레쉬한 생명을 불어넣어준 바 있었다. 7, 80년대 당시의 카리스마는 어느덧 관록으로 뒤바뀌었다.

강렬한 리프로 무장한 메탈 넘버와 선율적인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는 락 발라드를 통해 두루 사랑 받았다. 한국에서는 애수와 슬픔으로 가득찬 발라드 트랙들이 유독 사랑을 받았는데 아마도 유일하게 독일 밴드로는 영/미권의 밴드와 동등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팀이 아닌가 싶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와 같은 일렉트로닉 파이오니아를 비롯한 다수 일렉트로닉 프로듀서/DJ들이 포진되어 있는 독일은 몇몇 애호가들에게는 락의 불모지로도 알려져 있다만 바로 이들이 락스타가 부재한 독일의 다크호스로 당당히 급부상하면서 세계시장을 점령했다. 전성기 당시에는 독일 뮤직 비지니스를 활성화 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헤비메탈 시절 이전의 초창기에는 놀라운 싸이키델릭/프로그래시브 사운드를 주조해낸 전력도 있다. 몇몇 크라우트록 컴필레이션에서도 이들의 초기 곡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린드스트롬(Lindstrøm)의 팩트(FACT) 믹스 컴필레이션에는 초기 스콜피온즈의 기타리스트 였던 울리히 로쓰(Ulrich Roth)의 당시 곡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데, 의외로 신선한 정신세계를 가진 이 초기의 음원들이 작금의 리스너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무겁고 스피드감 넘치는 리듬 위에 얹혀진 탁월한 기타테크닉은 70년대 중반, 브리티쉬 하드록이 그 기세를 잃어버릴 무렵 등장해 영국인들보다도 더욱 브리티쉬한 강철의 소리를 만들어 내면서 왕년의 하드록 팬들까지 흡수하는 진풍경을 낳았다. 가성이 유독 빛나는 최정상의 보컬리스트 클라우스 마이네(Klaus Meine)와 강철 체력의 루돌프 솅커(Rudolf Schenker), 자신의 솔로활동을 위해 팀을 나간 마이클 솅커(Michael Schenker)와 울리히 로스의 후발주자로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리드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잡스(Matthias Jabs)의 3인이 주가 된 체제로 밴드는 지속되고 있다. 이후 1996년부터 함께 해오고 있는 미국인 드러머 제임스 코탁(James Kottak)과 2004년 무렵 밴드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파월 마시워다(Paweł M?ciwoda)와 투어를 다니고 있다.

초기 스콜피온즈 당시에는 선정적인 앨범 커버로 인해 제지 당하고 가십꺼리로 주목 받곤 했지만 중/후반기에는 [Wind of Change]와 같은 곡들을 바탕으로 러시아 친선 대사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다양한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내한공연 당시 판문점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부산 공연지 였던 경성대학교에 문화예술 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2007년 12월 20일에는 소련의 비밀첩보 기관인 체카(Cheka)의 창립 90주년의 쇼에 서기도 했는데, 스콜피온즈는 이 행사를 크리스마스 쇼로 알고 공연 했으며 절대로 공산주의나 KGB를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로 당시 공연장에는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도 자리하고 있었다.


Amazonia : Live In The Jungle
아마존강 유역의 삼림 벌채 반대를 호소하는 그린피스의 활동에 스콜피온즈가 힘을 보탰다. 그린피스(Greenpeace)의 아마존 캠페인을 돕기 위해 이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본 DVD는 바로 이들이 아마존에 직접 투항한 그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브라질의 헤시피에서 2008년 9월 7일 펼쳐진 공연을 기본으로, 그 이전인 8월 무렵, 아마존강 주변의 중심도시인 마나우스에서 행해졌던 공연 내용 또한 일부 포함하고 있다.

2008,9년 [Humanity] 월드 투어 당시 항상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했던 [Hour 1]으로 막이 오른다. 2007년 작 [Humanity：Hour1]의 첫 트랙인 본 곡은 한국 내한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첫번째 곡이었는데 투어의 신호탄을 알리는 인트로라 하겠다. 거의 곡마다 기타를 바꾸는 루돌프 솅커는 깁슨(Gibson)의 부두(Voodoo) 플라잉 V로 첫 쇼를 시작한다. 중기 걸작인 1984년도 명반 [Love at First Sting]의 스피디한 [Coming Home], 같은 앨범의 [Bad Boys Running Wild]가 이어진다. 이 두 곡에서 루돌프 솅커는 페라리(Ferrari) 커스텀 플라잉 V로 교체한다. 참고로 이 두 기타리스트의 기타들은 거의 매 곡마다 바뀌기는 하지만 외형만큼은 루돌프 솅커의 경우 플라잉 V, 그리고 마티아스 잡스의 경우에는 익스플로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티아스가 토크박스를 사용하는 와중 클라우스 마이네가 카우벨을 치면서 계속 스틱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1993년 작 [Face the Heat]의 수록 곡 [No Pain No Gain]으로 공연의 초반부가 마무리된다.

브라질 퍼커션 주자들과 세 명의 여성 코러스가 추가된 채 다시 무대가 시작된다. 특히 브라질 퍼커션 주자들이 베림바우를 비롯한 민속 악기를 연주하는 부분들이 이색적인데 아마 이 광경은 브라질 투어에서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 코러스들도 이름을 보아하니 브라질 출신의 인물들로 섭외한 듯 하다. 그리고 어쿠스틱 셋부터 함께하는 세션 기타리스트는 브라질이라는 지역적 특색에 걸맞게 무려 세풀투라(Sepultura)의 안드레아스 키서(Andreas Kisser)가 도움을 주고 있다. 1992년 무렵에는 아주 잠시 메탈리카(Metallica)의 리듬기타 백킹을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안드레아스 키서가 의외로 메탈 큰형들하고 즐겨 노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브라질 전통 퍼커션과 함께 어쿠스틱 셋이 진행된다. 내한공연을 봤을 때도 꽤 신기했었는데 이들은 어쿠스틱 기타 역시 플라잉 V와 익스플로러의 외향으로 이루어진 기타를 연주한다. 첫 어쿠스틱 셋은 1979년도 걸작 [Love Drive]의 수록 곡 [Always Somewhere]로 시작되며, 같은 앨범 수록 곡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리스트에 결코 빠지지 않는 [Holiday]가 이어진다. [Holiday]에서는 루돌프 솅커가 12현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데 이것은 아마도 헤드머신 때문에 플라잉 V로 제작이 안되는 모양인지 일반 모양의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다. 브라질리안 퍼커션과 어우러진 [Holiday]는 정글의 바이브를 가진 채 새롭게 재탄생됐다. 이미 자신들의 언플러그드 앨범 [Acoustica]에서 한번 커버한 바 있던 캔사스(Kansas)의 걸작 [Dust in the Wind]의 커버버전과 평화의 노래라는 소개와 함께 1990년도 [Crazy World]앨범에 수록된 최고의 히트넘버 [Wind of Change]를 끝으로 어쿠스틱 셋이 마무리된다.

락을 즐길 준비가 됐냐는 클라우스 마이네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2007년 작 [Humanity：Hour1]의 [321]이 진행된다. "3, 2, 1 Are you ready to rock?" 이라는 가사가 좀처럼 관객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참고로 루돌프 솅커는 흑/백으로 배치된 동생 마이클 솅커 커스텀 모델과 미묘하게 다른 깁슨 플라잉 V로 교체한다. 1982년 성공적인 영미권 진출을 일궈낸 [Blackout]의 타이틀 곡 [Blackout]의 질주감 넘치는 면도날 리프가 등장한다. 마티아스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피크를 몇 개 나눠준 이후 [Love at First Sting]의 메들리가 이어진다. 중반부 관객들의 떼창이 인상적인 히트곡 [Big City Nights], "오브리가도, 아직도 브라질을 사랑합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이어지는 메가 히트 락 발라드 넘버 [Still Loving You], 그리고 클라우스 마이네가 최초로 선글라스를 벗은 마지막 곡 에서는 어쿠스틱 셋에서 함께했던 백코러스들과 퍼커션 주자들이 모두 함께하면서 박력 넘치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에는 두 가지를 담고 있다. 하나는 2008년 8월 9일 브라질 아마존강 부근 마나우스에서 공연했을 당시 다섯 곡의 생생한 라이브 현장을 추가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린피스에 공개된 [Amazonia: Greenpeace Documentary]로 이루어져있다. 본 편의 인트로 곡이기도 했던 [Hour 1]을 시작으로 2004년 작 [Unbreakable]의 수록 곡 [Love 'em Or Leave 'em], 1980년도 앨범 [Animal Magnetism]의 [Make It Real], 그리고 [Crazy World]의 [Tease Me, Please Me]와 2007년도 앨범의 타이틀 트랙이기도 한 장중한 [Humanity]로 본 야외 공연은 마무리된다.

Amazonia: Greenpeace Documentary
토비아스 리들(Tobias Riedl)이라는 그린피스 활동가가 브라질 파라의 중심지인 벨름에서 스콜피온즈가 만5천 여 명의 앞에서 공연할 예정이라는 멘트와 함께 영상이 시작된다. 스콜피온즈의 멤버들은 비행기로 정글을 탐사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들이 벨름에 온 이유라고 밝힌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삼림 숲으로 독일부지의 20배가 넘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고 동물들이 밀렵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클라우스 마이네는 인간의 비즈니스 마인드 때문에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해 슬퍼했다. 진심을 다해 그린피스의 활동을 돕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Scorpio Rising
여전히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만드는 무대를 구성해내고 있다. 왕년의 명곡부터 최신 넘버까지 다양하게 연주하면서 스콜피온즈가 아직도 무적의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 시켰다. 단순히 환경을 위한 대외적인 취지 뿐만 아니라, 이전에 해왔던 언플러그드 세트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후 '정글' 속에서 브라질 정통 퍼커션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놀랍게도 이 노장들은 아직까지도 실험을 멈추지 않고있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앞에서 '진화'를 이야기 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결코 기본을 잊지 않고있다. 루돌프 솅커의 근면한 연습, 그리고 자신만의 기타회사를 토대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마티아스 잡스의 노력은 스테이지와 연주의 안정감에 크게 기여하는 요소가 된다.

[Humanity World Tour]를 통해 지구를 두 바퀴 돈 이후 이들은 현재 독일의 하노버와 스웨덴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레코딩에 매진하고 있다. 참고로 이전 작은 미국에서 레코딩 됐었다. 예정대로라면 2010년에 발매될 [Sting In The Tail]의 타이틀을 가진 새 앨범에 대해 마티아스 잡스는 [Blackout]과 [Love at First Sting]을 척도로 작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안은 너무 세계 정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나갔는데, 이제는 락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밴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가슴에서부터 태어나는 곡들에 에너지를 더해 완성시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루돌프 솅커의 독일어 전기 [Rock Your Life]는 자국에서 10월 14일 발매됐고 영문판도 번역될 예정이라고 한다.

루돌프 솅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가장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씀했다. 우리들은 돈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스콜피온즈가 세계 최고의 락 밴드 중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스콜피온즈는 아직도 세계최고라는 단어가 유효한 존재이며, 뿐만 아니라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나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본 작이 바로 그 증거가 되어주고 있는데, 단순히 브라질의 연주자들이 참여했다는 의미를 넘어, 브라질의 바이브와 공기를 한데 머금고 있는 놀라운 율동감을 가진 스테이지의 생생한 아우라를 바로 이 한 장에서 만끽할 수 있겠다. 게다가 본 DVD를 감상하고 한번쯤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게 된다면 당신은 200퍼센트 즐긴 것과 다름 없다. 아무튼 우리 모두가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현명하게 늙는 법을 터득하는 것일 게다. 적어도 이들처럼.


한상철 (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