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가정부인 이혼녀 카타리나 블룸은 어느 날 카니발 파티에서 만난 한 젊은 남자를 그녀의 아파트로 데려온다. 다음날 아침 느닷없이 경찰이 들이 닥쳐 그녀의 아파트를 수색하고 그녀는 경찰에 불려가 심문을 받게 된다. 이유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잔 그 남자는 경찰이 찾고 있는 테러범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그녀는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게 된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녀는 절망감과 분노로 몰지각한 신문기자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다.

1974년 2월 하순, 라인 지방의 어느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27세의 카타리나 블룸이 아는 사람의 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나선 때는 수요일 밤 7시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일요일의 거의 같은 시각에 그녀는 경찰에 자수했다. 그녀는 그날 12시 무렵에 자택에서 신문 기자를 사살했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7시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경을 딛고 자라면서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이제 겨우 가정부로서 자립할 길을 찾아낸 지 얼마 안 되는 청순한 젊은 처녀를 이러한 행위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의 서술은 경찰의 조서와 검사나 변호인으로부터의 정보, 친척과 지인들의 증언을 비교하고 고려해 사건의 경위를 밝힌다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카타리나는 파티에서 알게 된 젊은이와 사랑에 빠져서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이 남자는 은행 강도 용의자로 경찰이 미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튿날 아침, 경찰들이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왔을 때 남자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경찰에 연행된 그녀는 젊은이가 도망친 진상에 대해서 완강하게 침묵을 지킨다.

스캔들을 주로 폭로하는 싸구려 신문이 이 사건을 알게 되자 집요하게 그녀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악랄한 취재로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허와 실을 뒤섞은 보도를 통해 위험한 사상을 가진 지하 조직을 도와주는 정부(情婦)라는 식으로 그녀의 모습을 날조한다. 독자들의 저속한 호기심을 겨냥한 그 반동적인 캠페인은 그녀의 생활을 파멸로 몰아넣고, 그녀의 고용주인 변호사 부부까지도 궁지에 빠뜨렸다. 발포(發砲)라는 물리적인 폭력은 이렇게 궁지에 몰린 약자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저항 수단이었던 것이다.

사회적인 약자, 카타리나

카타리나 블룸은 사회의 밑바닥 출신으로 불리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과 총명함을 갖추었고, 사회적 편견에 물들지 않은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연약한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는 이른바 나쁜 주인공은 ‘신문’이다. 이 신문의 모델이 서독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선정적 반공 신문인 「빌트」라는 사실은 작가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남자들로부터의 ‘애정’과 ‘치근거림’을 모두 동일시하는 세상에 대해 양자의 구별을 끝까지 요구하는 카타리나. 그리고 음탕한 뜻에서 “한 방 하자”며 다가오는 기자에게 “좋아요”라고 대답한 카타리나는 말 그대로 권총을 한 방 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