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밴드에서 성공까지 이루어낸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의 훈훈한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다시 길을 떠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부흥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잘 나가다가 또 어쩌다보니 다시 예전의 꼴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밴드 멤버들에게 또 다시 새로운 길을 열어주지만 영화적으로는 1편의 로드무비가 펼친 세계관에 비교적 많이 떨어지는 영화다. 어찌되었건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다시금 그들을 긴 시간의 여정으로 보내버린다. 이 정체가 불분명한 영화는 처음에는 마치 서부극처럼 시작하고, CIA를 등장시켜 스파이물 처럼 흐르더니, 결국에는 종교적으로 안착한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에는 역시나 순수함이라는 이야기를 다시금 하고 있다. 우리가 돌아갈 곳은 순수의 세계다. 그러나 그 세계로 가는 길은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가능하지 않다. 전편에서 사막으로 홀연히 사라진 매니저 블라디미르는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모세라고 주장하며 예전의 사기꾼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다시금 고향으로 향하자며 밴드 멤버들을 꼬시게 된다. 거기에 자유의 여신상의 코를 훔치는 황당한 사건을 저질러 CIA에 쫓기게 된다. 여기서도 그들은 여러 사건 속에 헤어지거나 흩어지기를 반복하지만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길에서 만나고 다시 떠난다. 코의 상실은 고골리의 단편 <코>를 떠올리게도 한다. 미국의 자본주의, 민주주의는 여신상의 코가 일종의 자아 독립의 자세를 취할 때 무엇을 하고 있나. 여기에 나오는 CAI도 잠시 동안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의 팬이 된다. 그러나 코 역시 그들의 친구 만들기에 기꺼이 동참한다. 마지막 코의 모습은 마치 밴드의 외모와 닮아 보이기까지 한다. 다만 영화는 길 위의 철학을 전편을 능가하는 새로움이 없다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시작해서 시베리아로 마무리되는 길은 산만함이 가득하다. 전작에서도 예의 산만함이 벌어지지만 그들은 내내 쓸쓸한 여행 중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여정을 기다림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보여주려는 것은 조금 더 거대하지만 그저 갈피를 못 잡는 소동극이 되고 만다. 그래도 역시 노래와 함께 하는 순간들은 즐겁다

맥시코에서 지난한 시간을 보낸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는 모세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에게 되돌아온 전 매니저 블라디미르(마티 펠론파)의 감언이설에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자유의 여신상의 코를 훔친 블라디미르 때문에 CIA 요원의 추격을 받으며 귀향길에 오른 이들의 여정은 역시나 고단하기만 하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의 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