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의 병사에게 포위당한 리큐의 저택..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할복을 명받은 리큐(이치카와 에비조)에게 아내 소온(나카타니 미키)은 평생 마음속에 간직했던 여인에 대해 묻는다. 그 말에 리큐는 봉인해두었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미의식으로 다도를 이끌었던 리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질투를 느낄 정도의 미적 경지에 올라 있었다. 때문에 리큐가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고 있던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능을 시기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리큐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향합을 본 히데요시는 리큐의 미의식에 집착하듯 향합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런 히데요시의 물욕과 천박함에 질려하던 리큐에게 제자 소지가 찾아왔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리큐는 처음으로 히데요시 앞에 무릎을 꿇고 구명을 호소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소지를 참수해버린다.
리큐가 할복을 명 받은 해에는 리큐의 딸 ‘산’을 첩으로 내 놓으라며 압박하기까지 한다. 결국 산은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명찰 다이토쿠사에서 리큐의 도움을 기리고자 만든 리큐의 목상을 문제 삼아 절의 폐사는 물론 리큐의 사죄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히데요시는 리큐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향합을 바치고 목숨을 구걸하라고 하지만 리큐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 향합은 오래 전 한 여인이 남긴 유품이었기 때문이었다.
30년 전, 청년이던 리큐는 조선에서 납치되어 온 여인(클라라)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왕실의 피가 흐른다는 여인의 기품에 매료된 리큐는 그녀를 위해 조선의 언어를 배워 말을 건네며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그녀가 노리개로 팔려가기 전날, 리큐는 그녀와 함께 도주했다. 하지만 추격자들의 쫓기 시작하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던 두 사람은 독차를 마시고 자결하기로 약속한다. 여인이 먼저 자결한 후 끝내 독차를 마시지 못했던 리큐... 그 후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리큐는 그 사랑을 평생 가슴 속에 묻고 살기로 다짐하고, 그녀가 자신에게 선물한 향합에 그녀의 새끼손톱을 담아 유품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향합을 히데요시에게 유린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결심을 한 리큐는 차(茶)에 대한 ‘아름다움’, ‘열정’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을 회상하며 겸허히 죽음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