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파머와 제임스 본드는 무척 비교되는 스파이다..둘다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영국출신의 스파이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며 두 영화의 제작자는 모두 Harry Saltzman이다..특히 이 작품의 감독인 가이 해밀튼은 007 시리즈중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64년 Goldfinger를 비롯해 4편의 본드 영화를 감독하니 두 영화는 유사함이 무척이나 많은데..
그러나 두 스파이의 삶은 완연히 다르기도 하다..본드는 비록 제멋대로이기는 해도 상관의 명령에 충실하며 자신의 임무에도 매진하고 여왕과 국가에 충성하는 해군 중령출신의 MI6의 스파이라면..해리 파머는 베를린주둔 영국 육군의 상사로 암시장에서 물건을 팔다가 체포되어 감옥을 갈 것인지 또는 스파이가 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감옥대신 MI5의 스파이가 된 것..그는 자신의 스파이짓을 훌륭히 해내긴 하지만 도무지 스파이세계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007처럼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죽이지도 않는다..그는 인간적인 스파이다..
그리고 원작소설에선 주인공은 이름없는 남자인데..영화화하면서 해리 파머란 이름이 주어진다..65년 해리 파머의 시작인 The Ipcress File 이후 이 작품으로 다시 컴백한 해리..해리는 보스인 Ross 대령으로부터 동베를린의 소련 책임자인 Stok 대령이 망명하려하니 그를 도우란 명령을 받는다..그러나 해리는 스탁이 영 미덥지 않다..하지만 베를린의 영국스파이이자 오랜 친구인 Johnny Vulkan과 함께 스탁 대령의 망명을 준비하는데..스탁의 요청으로 그동안 베를린에서 사람들을 돈받고 탈출시켜온 Kreutzman에게 돈을 주고 고용하는데..
베를린에 온 해리에게 의도적으로 다가온 아름다운 Samantha Steel..해리는 사만다를 위심하고 뒷조사를 하고..베를린에서 암시장을 하던 시절 알던 범죄자들을 불러 따로 일을 시키기도 한다..
등장인물간 배신과 음모가 숨어있는데..그 앞에서 해리는 능동적으로 헤쳐나가기 보다는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습이다..그는 애초에 스탁 대령의 망명을 믿지 않는다..
결국 Kreutzman은 동베를린에서 한 노인을 죽이고 노인의 시신 대신에 스탁 대령을 서베를린으로 관에 담아 옮기는데..해리의 말대로 무척이나 비싼 장례식인 셈..그러나 관속에는 스탁 대령대신에 Kreutzman이 살해당한 채 담겨있다..이는 스탁 대령이 그동안 동베를린에서 사람들들 탈출하도록 도운 Kreutzman을 제거하고자 꾸민 것이다..스탁 대령과 해리의 인연은 이후 3편인 Billion Dollar Brain에서도 이어진다..
한편 사만다는 이스라엘 Mossad의 스파이..그녀는 나찌 전범인 Paul Louis Broum을 뒤쫓고 있는 것..그가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2백만 달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해리는 스탁 대령의 망명에 대비해 MI5의 문서담당인 Hallam으로부터 Paul Louis Broum이란 이름으로 위조 신분증을 받았었는데 그렇다면 이는 우연일까..
결국 베를린의 영국요원인 Johnny Vulkan이 전범인 Paul Louis Broum이란 것이 밝혀진다..해리는 영국 정보부가 나찌의 전범마저 고용하냐고 묻지만 보스인 로스는 해리같은 도둑도 기용하는데 당연하단 듯이 말한다..즉 영국은 쟈니의 정체를 알면서 그를 고용한 것이고 그의 원래 신분증을 MI5 내부에 보관했던 것인데 Hallam을 통해 마치 가짜 신분증인양 베를린으로 가져오게 한 것..이에 로스는 해리에게 쟈니를 암살하라고 지시하지만 오랜 친구인 쟈니를 해리는 죽이지 않고 떠난다..해리는 영화에서 살인은 하지 않는다..한편 쟈니는 자신의 신분증을 찾기 위해 (그것이 있어야 스위스은행으로부터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모사드의 요원을 죽이고 이에 해리가 살인범으로 오해받는데..Hallam을 위협하여 다시금 쟈니를 찾아나서는 해리..(여기서 Hallam은 오랜 정보부 생활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해고하려 하자 억울한 심정에 쟈니를 돕게되었다 말하지만 원작소설에선 그가 게이인지라 쟈니로부터 협박을 받은 것이라고..영국에선 60년대말까지 게이가 범죄였다고 한다..)이제 마지막 베를린의 장벽앞에서..사만다는 해리를 뒤쫓고 해리는 쟈니에게 잡히는데..해리는 밖에 영국첩보원들이 대기중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이에 쟈니는 해리와 옷을 바꿔 입는다..그리곤 동베를린으로 탈출하고자 하는데 이를 본 사만다는 해리의 옷을 입은 이를 쏘라고 명령한다..앞서서 사만다는 해리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역시 모사드답게 임무에 충실하고 해리를 믿지 않은 것..쟈니는 쓰러지고 뒤이어 나타난 해리는 사만다에게 Paul Louis Broum의 신분증을 넘겨주며 씁쓸하게 자리를 떠난다..스파이 생활을 더하다가는 친구도 연인도 모두 잃으리란 생각이 들테다..그리곤 MI5를 떠나는 해리..해리는 화려한 바람둥이도 아니고 사람을 마구 죽이는 암살자도 아니다..그저 냉소적이며 즐거운 삶을 살고자 하는 해리..그러나 3편 Billion Dollar Brain에서 그런 그를 영국 정보부는 그냥 두지 않는다..이제 냉전시절 세계평화를 위해 다시금 스파이가 되어야 한다..

아주 재미있는 스파이영화다..마이클 케인은 참 멋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