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도 같은 형상으로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네 마리의 개를 끌고 가는 한 남자. 외딴 숲에서 한 소년과 마주한 순간 슬쩍 느슨해진 남자의 손에서 한 마리 개가 뛰쳐나가 소년을 공격한다. 이어 영화는 어린 시절 숲 속에서 발견한 기괴한 곤충의 먹이가 되어 버린 한 남자의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담기 시작한다. 여기에 처형당한 사무라이의 전설과 관련된 한 소녀의 끝나지 않는 악몽,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일어났던 기이한 실종 사건들과 기괴한 기억, 아무도 없는 집에 갇힌 한 남자가 불현듯 마주하는 죽음에의 공포. 그 사이 개들은 한 마리씩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가 사람들을 공격한다.
마치 악몽과도 같은 몇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장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어둠 속의 공포>는 에피소드마다 각각 다른 스타일과 형식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악몽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흑백 화면이 한 밤의 악몽 같은 우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가운데 에피소드 사이에 삽입돼 지옥의 파수꾼 혹은 사람들을 악몽, 죽음으로 이끄는 악마와도 같은 개와 남자의 모습을 담은 부분은 거친 펜선이 돋보이는 회화를 보는 듯하다.

오직 흑과 백만을 통해서 한 남자가 저택안에서 홀로 고립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에피소드는 스타일적인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실험적인 시도와 스타일을 통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양한 편견을 깨어줄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