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을 즐기는 백수 건달이 자신과 이름이 같은 백만장자의 아내가 납치되는 사건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하게 담았다. 코언 형제의 7번째 작품. 제프 레보스키는 언제나 잠옷을 걸치고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백수다. 누가 봐도 루저지만 자신의 별명이 ‘듀드’(멋쟁이)임을 늘 잊지 않고 말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는 LA에서 가장 게으른 남자다. 그의 유일한 외부활동이라면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볼링장으로 마을 나가는 것. <위대한 레보스키>는 그들의 초창기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흥분을 연상시킬 만큼 코믹하고 흥겹다. ‘볼링광’ 존 터투로의 등장은 정말 배꼽을 잡게 만들며 볼링공의 시선으로 처리된 시점숏은 그 자체로 즐겁다. 코언 형제의 영화들 중 가장 꿈과 환상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서 압권은 페르시안 카펫을 타고 LA 상공을 날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카펫은 백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기도 하기에 <밀러스 크로싱>에서 모자가 날아가는 장면과도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결국 그의 몸은 볼링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직하강하고 만다. 곧이어 그는 볼링공의 시점으로 깔려버린다. 루저의 달콤한 백일몽이자 코언 스타일의 유희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의 영향을 읽을 수 있지만 코언 형제는 좀더 그와 근접하기 위해 배경도 챈들러 소설의 주무대라 할 수 있는 LA로 설정했다.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Joel Coen & Ethan Coen) / 감독
기발한 아이디어로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천재 감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파고>등 다수의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수많은 시상식을 휩쓴 세계적 명감독 코엔 형제. 장르 영화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영화를 만들어온 그들은 매 편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와 짜임새 있는 연출로 평단과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 / 제프리 레보스키 역
1949년 LA 출생. 60년대부터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 13세 때 형과 함께 아버지가 주인공인 TV 쇼의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라스트 픽쳐 쇼>를 거쳐 <킹콩>으로 유명해졌으며, 자동차왕을 꿈꾸는 기업인 프레스톤 터커의 이야기 <터커>, 제인 폰다와 공연한 <살의의 아침>을 비롯해 <공포 탈출>, <피셔 킹>, <화이트 스콜>, <사랑의 행로> 등에 출연했다. 2001년 <컨텐더>에서 미국의 대통령으로 출연하여 4번째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기록하였다. 사진과 음악에도 재능이 있는 그는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으며 마이클 맥도널드와 프로듀서이자 가수, 작사가인 크리스 페노니스가 공동 설립한 램프 레코드에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