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날.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마르크스와 마오쩌둥 사상을 공부하고 있고 주위에는 공산주의 입문서가 널려있다. 사상적 주축은 베로니크다. 낭뜨르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그녀에게 사상과 도덕 문제는 시급하고 구체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그녀는 공산당 세포를 조직하고 배우 기욤을 끌어들이는데.
고다르의 두 번째 아내인 안느 비아젬스키를 만날 수 있는 영화. (비아젬스키는 이 영화로 데뷔했으며 영화가 끝난 뒤 안나 까리나가 그랬듯 고다르와 결혼한다. 비아젬스키의 극중 이름은 베로니크로 까리나의 데뷔작에서의 이름인 베로니카와 유사하다.) 혁명과의 지도자인 베로니크의 우발적인 살인을 통해 공산당의 시각을 대변하고 당시 고다르가 심취해 있던 모택동 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

영화는 고다르가 정치로 눈을 돌리는 기점에 놓인 영화이다. 전 영화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고, 여전히 고다르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영화를 본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영화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영화는 고다르 영화의 종합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존에 만들어 왔던 것의 종합편으로 “Pierrot Le Fou”를 만들어 냈다면 그 이후에 점차적으로 정치로 눈을 돌려가며 만들었던 영화의 종합편 같은 느낌이 들었다.  “La Chinoise”에서 중국여인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중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여자이고, 그 여자는 총을 가지고 투쟁을 버린다. 그렇게 여자는 고다르의 영화에서 강한 존재로 표현되었다. 지난 영화들을 통해서 실존에 대해 실질적인 물음을 가지며 현실을 살아갔던 것도 여자이고, 이번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도 여자이다. 물론 중간 부분에서는 정치와 현실에는 관심이 없고, 그거 광고나 소비하고, 성을 소비하는 것으로도 그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다르는 여자에 관심이 많고 그 여자는 고다르의 영화에서 일선에 선다. 중국여자이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국적이 중국인 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모택동 사상을 가지고 있는 혁명적인 여자. 고다르는 그러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이 “La Chinoise”아닌가 싶다. 이제 고다르는 완전히 정치로 눈을 돌린 것 같다.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영화 하나 빼고 말이다. 영화와 정치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들이니까 말이다. 아니다. 여자는 여전히 고다르의 관심사이다. 그러니까 다시 결혼을 하지 않았겠는가. 영화와 정치, 그리고 여자. 고다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코드가 될 것 같다. 다음 영화는 “Weekend”이다. 주말. 과연 그 주말에 어떠한 일이 일어난 것일까. 브레히트의 분신이 되어 고다르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시선으로, 어느 정도의 주제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에 서로 의사소통 하기. 나는 과연 어느 정도 고다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고, 확실한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고 하고, 확실하려고 한다. 그것이 고다르가 생각하고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며 나는 바로 그런 고다르의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