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금전의 작품은 '객잔3부작'과 '풍경3부작'으로 나뉜다고 한다. 풍경3부작은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기괴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련의 작품들을 일컫는것으로 알고있다.'산중전기'는 그 풍경3부작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제작된 작품으로, 한국의 호러감독인 박윤교와 합작한 한중합작 영화이다.

법경을 필사하기 위해 길을 떠난 한 서생이 어떤 아름다운 여인(서풍)을 만나고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선한 령(장애가)을 만나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고..결국 서생을 제외한 악한 령과 선한 령이 모두 죽게 되고 서생만 혼자 살아남는 내용이다. 중국 최고 명승이 원귀 의운을 환생시키기 위해 강마경을 번역하고 이를 출판하기 위해 낙양의 유인칭을 초청한다. 노승은 원귀의 습격을 염려하여 유인칭에게 마력의 염주를 준다. 유인칭은 귀로에서 아름다운 여인 악낭을 만난다. 곧바로 악낭과 결혼한 유인칭은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사고, 그즈음 그는 원귀 의운을 만나 함께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질투에 찬 악낭은 유인칭을 가두고 의운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의운이 유인칭을 구하고 유인칭을 도와 악낭을 안고 염주를 던지게 하여 환생의 희망을 버리고 연기로 사라진다.

전체적으로 기괴한 분위기가 녹아있으며(이는 박윤교감독의 영향 탓인지도 모른다.이 영화를 호금전 만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어폐가 있을 수도 있을터)중국어를 쓰는 중국배우에 한국배우 김인정(상당히 낯이 익은 배우다)한 사람이 출연하는 명백한 중국영화지만,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 한옥이기에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더한다.

빛이 바래진 이 을씨년스런 필름 속에 담기는 한국의 산천은 너무도 아름답고 대나무 줄기처럼 파랗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더욱 아름답고, 호금전의 향취와 그를 도와 영화를 완성하던 고 박윤교 감독의 향취까지 맡을 수 있어 더더욱 소중하기도 하다. 수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합작이라는 이유와, 러닝타임의 축소로 호금전의 영화 목록에서 평가절하 하길 원하지만 단연코 <산중전기>는 호금전이 평소에 갈망했던 우리네 인생이 봄 날의 꿈일 뿐이라는 선과 도의 사상을 설파하는 그의 사고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다.
눈에 익은 아름다운 풍광이 어째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주는 영화다. 별 생각없이 영화의 분위기에 빠져들어 보면 충분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