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을 이렇게나 의미있게 연결시킨 영화가 또 있었을까

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영화

<키핑 룸>은 윌리엄 테쿰세 셔먼 장군(미국 남북전쟁 당시 "바다로의 진군"이라 불리는 무자비한 초토화 전략으로 유명한 장군)의 명언인 "전쟁은 잔혹하다. 그 성격을 바꾸는 것은 무의미하고, 오직 더 잔혹해야 더 빨리 끝날 수 있다. (War is cruelty. There's no use trying to reform it, the crueler it is the sooner it will be over.)"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전투 장면은 단 한샷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전쟁'이란 요소를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약간 다른 시각의 탐구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키핑 룸>은 의외로 탄탄한 스릴러임과 동시에 전쟁이 가정에 끼치는 여파를 다층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는 1865년, 남북전쟁이 말기에 접어든 상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셔먼이 이끄는 북군은 미국 남부를 말 그대로 박살내며 진격하는 상황이지만,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주인공 세 명은 아직도 힘들게 집을 꾸려나가려 한다. <키핑 룸>의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세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사실. 집의 가장으로써 고생하는 언니 어거스타 (브릿 말링 분), 철없는 동생 루이즈 (헤일리 스타인필드 분), 그리고 여성 노예 매드(무나 오타루 분)는 집의 남자들이 전부 전쟁에 나가 전사, 실종된 상태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고생을 한다. 그렇게 그들이 살아가고 있을 무렵, 탈영자들을 붙잡기 위해 본진에 비해 미리 앞서간 두 명의 북군 정찰병들이 그들의 집으로 서서히 접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