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대표하는 작가 스텔라 마일즈 프랭클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19세기 말의 호주의 말단 시골,

그곳에서 야생녀처럼 밝고 활기차게 살아가던 시빌라는 언제부턴가 이 희망없는 시골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부유한 외할머니에게 구원의 편지를 쓴다. 마침내 외할머니로부터 <밥 오형제 농장>으로 와도 좋다는 전갈이 오고 시빌라는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며 외할머니집으로 떠난다. 외할머니집에 도착한 시빌라는 자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화려한 저택과 우아한 드레스 룸, 그리고 궁중의 만찬같은 식탁을 보며 자신을 기다릴 화려한 삶에 대해서 흥분한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시빌라가 도착한 그 날부터 시빌라에게 여성으로서의 우아한 교양과 품위를 강요한다. 앞으로 <밥 오형제 농장>을 물러받을 부호의 아들, 해리에게 어떡하든 시빌라를 시집 보낼 심산인 것이다. 할머니와 시빌라는 여성의 삶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한다. 온 동네 처녀들이 신랑감으로 일찌감치 줄을 서 있는 멋진 청년 해리, 해리는 그런 독립적이고 당돌한 시빌라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지만 시빌라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과연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 신분상승의 도구로만 유효한 것일까? 과연 여자에게는 결혼 그 이상의 삶의 진정한 가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자유분방한 시빌라를 못마땅해 여긴 할머니는 시빌라를 아버지의 도박 빚을 빌미로 채무자의 집에 가정교사로 보내버린다. 돼지 우리 같은 채무자의 집에는 교육을 받지 못한 짐승 같은 아이들이 바글거리고 더러운 모기가 들끓는 그곳에서 이제 선생님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시빌라, 하지만 시빌라는 생각한다. 이런 고통과 이런 남루한 삶을 경험해보지 않고 내가 어찌 작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시빌라는 그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르네 젤위거" 닮은 주연 여배우 주디 데이비스의 활달하면서도 개성적인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 <나의 화려한 인생>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피아니스트의 꿈을 지닌 한 여류작가의 질곡 많은 삶과 사랑을 그렸다. 야성과 고전미를 동시에 지닌 빨란머리 앤 같은 시빌라(주디 베이비스 분)가 귀공자 해리(샘 닐 분)을 만나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과연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을까. 스크린 데뷔 초기의 샘 닐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내 책상위의 천사>와 한국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을 떠올리는 목가적이고 은은한 한 여자의 로맨스는 최근 개봉한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생애를 그린 영화 <비커밍 제인>과 닮은 꼴 영화라고 추천할 수 있다. 특히, 관현악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한적하고 아름다운 호주의 자연 풍광과 19세기 영국으로 돌아간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든다.

"세상에 널린게 사랑과 행복이야, 네가 이제 찾아가는 거야" (영화 속 대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