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말러로 예상되는 중년의 작곡가 더크 보가드는 베니스의 휴양지에서 만난 미소년에게 한없이 빠져들어가는데 그는 미소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루즈를 칠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 중년의 작곡가의 사랑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역병으로 쓸쓸히 죽어간다. 켄 러셀의 상상력은 여기서 시작한다.  과연 말러와 미소년의 사랑이 성공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럴듯한 상상력 아닌가?  켄 러셀은 자신의 영화 <말러>에서 말러가 오스트리아로 망명해 가는 열차 안에서 어느 낯선 정거장에 멈추고 그때 창밖을 쳐다본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한 중년의 남자와, 해군복을 입은 미소년이 등장하는데, 두 사람은 한없이 행복한 모습이다. 그때 중년의 남자와 말러의 눈빛이 마주친다. 깜짝 놀란 시퀀스였고, 상상력의 극치이다.  바로 중년의 남자가 루키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말러로 출연했던 더크 보가트의 모습과 꼭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베니스에서의 말러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단순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켄 러셀의 오마쥬는 아마 역대 수많은 감독이 보여준 그 어떤 오마쥬보다도 기발하고, 의미 있는 오마쥬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