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기에프와 마린스키의 젊은 가수들이 일궈낸 경이로운 성과

로시니의 <랭스로 가는 여행>은 1825년 샤를 10세의 대관식을 축하하 기 위한 일회용 축전극으로 만들어졌다. 대관식이 열리는 랭스로 가기 위해 한 온천장에 모여든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 드, 러시아의 남녀 귀족들! 만국박람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 별의 별 사랑 놀음이 펼쳐지는데 결국 마차를 구하지 못해 아무도 랭스에 가 지 못한다는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로시니의 천재성이 아니라 면 감당할 수 없는 전개인 것이다.
게다가 최소 10명 이상의 주역급 가수가 동원되는 초대형 오페라여서 초연 후 159년이 지난 1984년에야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힘으로 리바이 벌되었다. 아바도는 당대 최고의 로시니 가수들을 모조리 끌어들여 두 차례나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러시아 지휘계의 제왕 발레리 게르 기에프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자신이 거느린 마린스키와 산하 아카데미의 젊은 가수만으로 출연진을 꾸미고,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알랭 마라트라의 연출을 더하여 입이 벌어질 정도로 참신한 무대를 꾸민 것이다. 뿐만 아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 함께 극을 전개하고 게르기에프 자신은 중절모를 쓴 채 흥에 겨워 지휘한다. 2005년 12월 파리 샤틀레 극장 실황.

○ <랭스로 가는 여행>은 초연 이후 악보 자체가 온전히 간직되지 못하여 공연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로시니조차도 이 오페라를 일회용으로 생각한 바람에 이중 많은 선율을 다음 작품인 <오리 백작>에 갖다 썼다. 게다가 고난도의 아리아를 불러야하는 주역급의 로시니 스페셜리스트가 최소 10명 이상 필요한데 그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랭스로 가는 여행>은 큰 맘 먹고 어쩌다 한 번 올리기도 어려운 작품으로 꼽린다.

○ 그렇기에 게르기에프의 작업은 더욱 놀라운 것이다. 게르기에프는 마린스키 극장과 그 산하 아카데미의 젊은 가수들을 조련하여 로시니 스타일에 익숙해지도록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마린스키의 저력에 소름이 끼친다. 뿐만 아니라 이 오페라의 분위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십분 살려낸 알랭 마라트라의 연출과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그 결과 또한 놀랍다. 극장에 있었던 관객은 물론 단지 영상으로 접하는 사람까지도 황홀한 연회에 참여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 <랭스로 가는 오페라>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오페라’란 평을 들을 만큼 그 풍요로움이 대단한 작품이며 특히 랭스 여행이 무산되었다난 소식이 전해진 시점에서 주인공 전원과 조역 4명이 펼치는 14중창은 오페라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대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