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발레의 최고의 스타, 알리나 코조카루의 첫 전막발레 영상물

루마니아 출신의 알리나 코조카루는 영국의 로열 발레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발레리나다.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가 아니라 관객들이 마치 여동생을 대하듯 좋아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영상물로 만나기는 힘들었다. 대스타가 되기 이전에 <호두까기 인형>에 클라라로 출연한 것이 있었지만, 클라라에게 춤을 별로 주어지지 않은 프로덕션이었다. 게다가 로열 발레 경영진이 공연 실황을 상업용으로 발매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바람에 최신 실황들이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로열 오페라와 발레를 거느린 코벤트가든이 DVD의 중요한 제작사인 Opus & Arte를 인수하고 그간 BBC방송용으로 촬영한 자료에서 엄선된 실황들을 발매하면서 드디어 코조카루의 춤도 우리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자는 미녀>가 선택된 것은 더욱 의미 있다. 차이코프스키 작곡,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의 이 발레는 고전발레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발레의 전형을 가장 고품격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코조카루는 오로라 공주 역을 맡아 어린 소녀의 발랄함(1막), 왕자의 환상 속의 우아한 여인(2막), 결혼식 신부(3막)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보충 자료

○ <잠자는 미녀>는 '고전발레의 제왕'으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생애 최고의 역작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음악의 세밀한 구성까지 일일이 차이코프스키에게 주문하여 만든 작품이다. 사실상 완벽한 작품으로 안무를 미리 구상한 후에 음악을 얹어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 발레는 하나의 막에 해당하는 거창한 프롤로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프롤로그는 왜 오로라 공주가 카바로스의 저주를 받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1막은 이로부터 16년이 경과한 후이고 2막과 3막은 오로라 공주가 긴 잠에 빠진 후 무려 100년이 경과한 시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 런던 코벤트가든의 로열 발레는 영국 발레의 상징이다. 무대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이 로열 발레의 전통으로 확립되어 있다. 알리나 코조카루는 아담한 키와 관객과의 친화력에 힘입어 이런 로열 발레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무용수로 알려져 있다. 루마니아 출신이고 우크라이나의 키에프 발레에서 활약하다가 로열 발레로 옮긴 케이스지만, 워낙 로열 발레의 주역급에는 토종 영국 출신이 거의 없고 외국인이 대부분이므로 크게 특이할 것은 없다. 이 영상물의 주요 배역을 보더라도 왕자 역을 맡은 페데리코 보넬리는 이탈리아 출신이며, 라일락 요정 역의 마리아넬라 누네즈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