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으로 철학적이고 심오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

5막의 장편 오페라 ‘조로아스트르’는 라모가 66세 되던 해인 1749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작곡가의 다른 재기발랄한 작품들에 비해 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 개성만점의 다양한 춤곡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이 조화를 이룬 감추어진 걸작이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BC6세기경에 조로아스터교(배화교)를 창시했던 조로아스터(조로아스트르-자라투스트라)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작품의 선의 상징인 조로아스트르와 악의 상징인 아브라마네의 대결, 역시 선과 악을 대변하는 여인들인 아멜리트와 에리니체와의 엇갈린 사랑. 에리니체의 회심, 악의 어두움을 밝히는 선한 빛의 위대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라모는 각 배역의 개성에 맞추어 특징적인 아리아들을 배분하였으며, 클라리넷을 도입하여 보다 색채적인 관현악 반주를 만들어내었다. 이 시대 최고의 연출가 피에르 오디의 상상력 풍부한 무대와 프랑스 바로크 음악계의 총아 크리스토퍼 루세의 탄탄한 해석이 뒷받침된 명연이며, 특히 현역 오페라극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몇 남지 않는 18세기 건축물인 스웨덴의 드로트닝홀름 극장의 오리지널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한 변화무쌍한 무대가 인상적이다.

○ 악과 선의 이원론적인 세계관과 악의 어두움을 몰아내는 불을 신성시하고 지혜의 신인 ‘아후라’를 유일신으로 인정했던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은 프리메이슨들에 의해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 오페라에도 프리메이슨의 입김이 작용했다. 라모가 프리메이슨이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대본을 담당했던 루이 드 카우삭이 프리메이슨 프랑스책임자의 비서였던 것. 유명한 프리메이슨이었던 모차르트 역시 자신의 작품 ‘마술피리’에서 악을 이기는 선의 대변자로 조로아스터(자라스트로)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 베이루트 출생의 세계적인 연출가 피에르 아우디(Pierre Audi)는 1979년 런던에 알메이다 극장을 설립하면서 혁신적인 연출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은 이후 오페라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로 성장하였다. 1988년 암스테르담의 네덜란드 오페라의 예술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바그너의 링 사이클, 몬테베르디 4부작 등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2000년에는 네덜란드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을 정도로 이 나라 음악계의 영웅으로 각광받았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파리국립오페라, 샹젤리제 극장 등의 일급극장에서 객원연출을 해왔으며, 특히 브릿휘슬, 헨체, 탄둔 등의 현대오페라의 보급에 큰 역할을 했었다. 2001년에는 프랑스대통령이 수여하는 레종도뇌르 기사장을 받았다.

○ 지휘자 크리스토프 루세는 1983년 하프시코드주자들의 등용문인 브뤼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프랑스 원전연주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프시코드 주자로서 르와조뤼르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을 비롯한 다수의 음반으로 각광받았으며, 1991년부터는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르 탈랑 리리크의 지휘자로서 바로크오페라 및 종교합창곡 등에서도 큰 활약을 펼쳐왔다. 전설적인 카스트라토 가수를 다룬 프랑스 영화 <파리넬리>의 음악을 맡았던 이도 바로 크리스토프 루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