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적인 힘에 의해 삶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던 케이(Kay: 카렌 콜스톤 분)는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물음표가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되리라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는 앞머리가 그 모양을 한 동료의 약혼자 루이스(Louis: 톰 라이콘스 분)를 유혹해 자신의 남자로 만든다. 동거를 시작한지 1년이 되자 루이스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들에 묘목 한 그루를 심는다. 그러나 나무에 대해 까닭 모를 공포감을 지니고 있는 케이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머지 루이스 몰래 그 묘목을 뽑아버린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어색해지고 만다. 그 무렵 제멋대로이고 자아 도취에 빠져있는 케이의 언니 스위티가 밥이라는 남자를 데리고 나타남으로써 순식간에 케이의 삶은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무조건적으로 스위티만을 편애함으로써 어린 시절 케이를 외롭게 만들었던 아버지 고든의 연이은 방문은 더욱 스위티의 어리광을 부채질하게 되는데 고든에게 스위티는 그저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마침내 온 가족이 모였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흥분한 스위티는 온몸에 진흙을 칠하고 통나무집에 올라가 난동을 피우는데 그녀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한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숨을 거두고 만다. 그녀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은 실로 오랜만에 평화를 되찾는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내 책상 위의 천사>, <피아노> 등의 작품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에 전복적인 여성성을 결합시켜 낯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은 제인 캠피온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녀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작품 역시 사랑과 로맨스, 섹스와 가족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대개의 가족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버지의 어리석고 이기적인 사랑이 다른 가족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는가를 보여주면서 '사랑은 무조건 선하다'는 명제에 반기를 들고 있다. 또한 특히
여성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전도된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영화는 데이빗 린치를 떠올리게 하는 괴이한 주제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색채 사용, 아카펠라 풍의 음악 등 초현실주의적인 영상으로 정신분열증을 그려냄으로써 가족애와 이 시대의 절망에 관한 가장 솔직한 탐구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 독립영화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호주 비평가 선정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위티>에 대한 찬사의 대부분은 이 영화의 독창적인 스타일에 기인한다. 풍부한 은유적 장치, 현실과 비현실의 거침없는 결합, 낯선 앵글, 갑작스런 세부묘사는 그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피아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신선한 도발과 독창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감독 및 배우소개]

▣ 감 독: 제인 캠피온 (Jane Campion) ▣
제인 캠피온 감독은 현대 영화 중, 가장 특별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을 잘 그려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캠피온 감독의 영화들은 사회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묘사한다. 이러한 여성들이 왜 다르게 사는지, 그리고 이들의 반항이나 무능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의식 때문에 캠피온 감독은 페미니스트 감독으로 알려져 왔다. 1954년, 제인 캠피온은 뉴질랜드 와이카내의 예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작가이며 배우이기도 했던 어머니와 연극과 오페라 감독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예술적 소양을 쌓으며 자란 캠피온은 미술을 전공하다 70년대 후반부터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캠피온은 1983년 단편영화 <과일껍질 Peel>로 시드니영화제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고, 3년 후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단편영화부분 대상을 받기에 이른다. 기상천외하고 재기 발랄한 단편영화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아오던 캠피온은 89년 첫 장편영화인 <스위티>를 만들게 된다. 이 작품은 뚱뚱하고 경박한 언니와 조용하고 깡마른 여동생 사이의 갈등과 가족간의 관계를 그린 블랙 코미디로 '좋다'와 '싫다'라는 평론가들의 극단적인 반응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곧이어 연출한 <내 책상 위의 천사>는 평론가들과 영화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일약 국제적인 감독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어 내놓은 홀리 헌터, 하비 케이틀 주연의 <피아노>(1993)는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그 해에 가장 주목 받는 영화로 떠올랐고, 니콜 키드먼을 기용해 만든 <여인의 초상>(1997)은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제인 캠피온의 영화는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여성들은 사회의 무시와 냉대 속에 무능력하다고 손가락질 받지만 결국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거나 현실의 돌파구를 찾는다. <내 책상 위의 천사>의 주인공 자넷 프레임은 못생기고 맹 하다는 이유로 구박받으며 성장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고통까지 겪게 되지만 나중에는 뛰어난 소설가로 성장하고, <피아노>의 에이다는 말 못하는 여성이지만 그 침묵은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닫고 피아노의 세계 속에만 칩거하기 위한 결단의 소산이다. 에이다는 오직 피아노만을 벗하는데 그것은 서구가부장제 사회를 사는 19세기 여성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여인의 초상> 역시 거짓된 사랑의 환상에 속아 자신의 정체탐색을 포기했던 여성의 정체성 탐색에 관한 캠피온의 일관된 주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제인 캠피온은 남성중심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여성들의 인생을 인류학적인 관심을 갖고 추적함으로써 희귀한 여성영화의 전통에 질긴 뿌리를 대고 있다. 캠피온 감독은 페미니즘 시각이 내포된 주제의식과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결합한 독특한 영상세계를 구축하며 서구 여성영화의 선두에 우뚝 섰다.

<각본>
2009 브라이트 스타 (Bright Star)
20088 (8) 2006워터 다이어리 (단편) (The Water Diary)
2003인 더 컷 (In the Cut)
1999홀리 스모크 (Holy smoke)
1993피아노 (The Piano)
1989스위티 (Sweetie)
1984소녀 이야기 (단편) (A Girl's Own Story)
방과 후 (단편) (After Hours)
1983열정 없는 순간들 (단편) (Passionless Moments)
1982과일 껍질 (단편) (An Exercise In Discipline - Peel)
<감독>
2009 브라이트 스타 (Bright Star)
2008 8 (8)
2007 그들 각자의 영화관 (To Each His Cinema)
2006 워터 다이어리 (단편) (The Water Diary)
2003 인 더 컷 (In the Cut)
1999 홀리 스모크 (Holy smoke)
1996 여인의 초상 (The Portrait of a Lady)
1993 피아노 (The Piano)
1990 내 책상 위의 천사 (An Angel at My Table)
1989 스위티 (Sweetie)
1986 댄싱 데이즈 (TV) (Dancing Daze)
투 프렌즈 (TV) (Two Friends)
1984 유혹과 정복의 불운 (단편) (Mishaps of Seduction and Conquest)
소녀 이야기 (단편) (A Girl's Own Story)
방과 후 (단편) (After Hours)
1983 열정 없는 순간들 (단편) (Passionless Moments)
1982 과일 껍질 (단편) (An Exercise In Discipline - Peel)

◈ 배 우 : 제네비에브 레몬 Genevieve Lemon ◈
2008 8 (8)
2007 그들 각자의 영화관 (Chacun Son Cinema, To Each His Cinema)
2006 서버번 레이디 (Suburban Mayhem)
2003 인어 자매 이야기 (Mermaids)
1999 홀리 스모크 (Holy Smoke)
1993 피아노 (The Piano)
1989 스위티 (Sweetie)
1979 프리즈너 (Prisoner)